“세로야, 답답해도 나오면 안 돼”…울타리 높이고 이중으로 둘러친다?
지난해 3월 얼룩말 ‘세로’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부실한 울타리 덕에 우리 밖으로 탈출해 서울 도심을 누비는 자유를 누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일탈이었지만 도심 교통 등 위험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었다. 또 동물이 탈출했을 때 인근 주민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할 자체 안전수칙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을 관리·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어린이대공원의 울타리 및 동물 탈출 피해방지책을 보완하라고 최근 통보했다.
감사위는 지난해 3월23일 우리를 탈출한 얼룩말 세로가 지내던 외부 방사장 울타리 높이가 도면상으로는 1.8m로 환경부 매뉴얼 기준을 충족했지만, 실제 높이는 1.7m로 기준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얼룩말뿐만 아니라 사자, 벵갈 호랑이, 알파카 등 다른 일부 개체의 외부 방사장 울타리 높이 역시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세로가 머물던 초식동물마을 방사장의 경우 목재 울타리가 2010년에 설치돼, 13년이 지난 지난해 초 이미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다. 목재 울타리와 함께 전기 울타리가 이중으로 설치돼 가동 중이었지만 흥분한 얼룩말에는 효과가 없었다.
실제로 탈출 당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면, 세로는 먼저 방사장 오른쪽 울타리의 가는 기둥을 먼저 부딛혀 파손시킨 뒤 2차로 오른쪽 울타리를 뛰어넘었고 마지막으로 관람 데크 울타리 전체를 부순 채 도주했다. 감사위는 “2차로 울타리를 뛰어넘을 때 목재 울타리가 힘없이 기울어지는 등 방사장 울타리가 제 역할을 못 했다”고 지적했다.
동물이 방사장만 벗어나면 짧은 시간 안에 공원 외부로 나갈 가능성이 높은데도 경비인력과 출입구 차단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위는 “어린이대공원은 비슷한 시설인 서울대공원에 견줘 상대적으로 협소해 동물원을 탈출한 동물이 짧은 시간 안에 공원 외부로 탈출할 가능성이 높고 주택가와 바로 인접해 있어 동물이 공원 외곽으로 탈출할 경우 인근 주민의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어린이대공원 출입구 10곳 가운데 4곳에만 경비인력과 차단시설이 있고 6곳은 경비인력도 출입문 차단시설도 없다”고 짚었다. 또 세로가 탈출할 당시 동물 관리를 위해 설치된 70개의 시시티브이 대부분은 육식동물 위주로 운영되었고, 초식동물 방사장에는 시시티브이가 한 대밖에 없었던 것으로 감사 결과 확인됐다.
어린이대공원 전체를 둘러싼 외곽 울타리도 동물 탈출을 막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감사위 확인 결과 모두 2814m에 달하는 외곽 울타리 가운데 어린이회관과 맞닿아 있는 구간과 물놀이장 외곽 구간 등 900m에는 울타리가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해당 구간엔 울타리 대신 수풀이 심어져 있다. 목재 울타리는 1300m에 걸쳐 설치되어 있는데 높이가 모두 1.2m 이하로 감사위는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뛰어넘을 수 있는 높이”라고 지적했다. 철제 울타리가 설치된 구간 614m 가운데 2m 높이 울타리가 설치된 구간은 210m에 불과하다. 이에 감사위는 “동물 탈출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외곽 울타리, 출입문 차단시설 등의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밖에 감사위는 어린이대공원에서 실시하는 탈출 모의훈련 대상이 맹수에 한정되어 있고 시나리오의 내용 역시 공원 내부에 한정되어 있는 점, 재난문자 송출 등 동물 탈출 시 인근 주민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지책이 미비한 점 등도 지적했다. 지난해 세로 탈출 사건 이후 어린이대공원에서 마련한 재발방지 대책을 두고도 초식동물 방사장에 국한되어 있고 동물원 전체 울타리 높이를 실측하는 등의 개선책은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에 감사위는 “동물원 방사장 울타리 (높이) 실측 및 동물 탈출에 취약한 시설을 조사해 장·단기 개선책을 마련하고 동물 탈출 대비 모의훈련 대상을 얼룩말 등 주의그룹까지 확대하며 인근 주민을 포함해 동물 탈출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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