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김민재도 어려운데 스리백까지…호주 머리 복잡하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선택한 선발 명단은 큰 화제였다.
김민재와 함께 꾸준한 파트너였던 정승현, 그리고 김영권까지 중앙 수비수 세 명이 선발로 출전했다. 측면 수비수 설영우와 김태환을 두는 스리백 전술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포백을 고수해왔다.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 시절로 넓히면 한국 대표팀이 마지막으로 스리백 전술로 나선 건 2022년 11월 11일 아이슬란드와 친선 경기 이후 447일 만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깜짝 스리백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조별리그에서 수비가 흔들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려 6점을 내줬다. 한 수, 두 수 아래로 평가받는 팀을 상대로 거둔 결과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에 내준 3골은 그 중에서도 특히 충격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를 마친 뒤 "전술적인 부분은 선수들과 신중하게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다. 역습, 수비 과정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고, 모두 보완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전술 변경을 시사했다.
1경기에서 진다면 떨어진다는 토너먼트 특성을 고려한 것인지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경기에선 수비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김민재가 중심을 잡고 김영권과 정승현이 좌우에서 수비 숫자를 늘리자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페널티박스 안 진입을 어려워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 실수가 나오면서 실점하긴 했으나 한국은 연장 120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1-1로 비기고 승부차기 끝에 4-2 승리로 8강에 올랐다.
미드필더 황인범은 경기가 끝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스리백으로 나섰을 때 어떻게 움직일지, 수비할 때 어느 공간을 막아야 하는지 이런 부분을 잘 소통했다"며 "가끔씩 대표팀 소집이 있을 때 경기 중 스리백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로 훈련을 해왔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스리백으로 준비했다. 우리가 나름 실점 장면을 제외하면 연장전까지 상대의 위협적인 공격 패턴을 잘 막았다고 생각한다. 기회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전술적으로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하루 뒤 훈련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스리백에 대해 "감독으로서 여러 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상당히 수비적이고 조직적으로, 또 진중하게 경기에 임했다. 언제 어떻게 어떤 상대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옵션이 있어야 하고 앞으로의 경기에서 스리백을 쓸지 안 쓸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스리백을 쓰면서 좋은 장면도 있었고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상황에 따라 스리백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 상대인 호주는 FIFA 랭킹 25위로 한국과 불과 2계단 차이다. 지난해 A매치 3연전에서 아르헨티나, 멕시코, 그리고 잉글랜드까지 강팀과 연달아 붙었는데 멕시코와 2-2로 비기고 잉글랜드에 0-1로 석패했을 만큼 만만치 않은 전력을 뽐냈다.
아시아에선 승승장구하고 있다. 2026년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첫 번째 경기에서 방글라데시를 7-0으로 대파하고 두 번째 경기에서도 팔레스타인을 1-0으로 꺾고 조 1위로 올라섰다. 아시안컵이 열리기 전 최종 모의고사에서도 바레인을 2-0으로 제압했다.
아시안컵 본선에서도 호주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인도를 2-0으로 누른 뒤 시리아를 1-0으로 따돌렸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겼지만 B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오르는 데엔 문제가 없었다.
호주는 골키퍼를 제외한 선수들 중 5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없지만 유기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국·일본·이란과 함께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압박으로 중원을 장악하는 경기를 펼쳤다. 다크호스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도 볼 점유율이 56%로 앞섰다.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감독은 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모든 선수가 압박할 것이다. 90분 동안 압박으로 한국의 강점인 스피드와 기술을 막겠다"라고 선전포고했다.
같은 날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아바리아전에 고무적이었던 점은 후반과 연장에 기회를 만든 것이다. 더 많은 득점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득점을 통해 결과를 얻었다는 건 고무적이다. 호주전에 많은 기회를 살리면서 득점으로 연결하는데 집중하겠다"며 "호주는 역습과 세트피스가 좋은 팀이다. 상대 역습에 준비를 대비해야 한다. 수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도 우리만의 장점이 있다. 우리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건은 호주보다 적은 휴식일이다. 한국과 호주는 휴식일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달 3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을 치른 한국은 8강까지 휴식일이 고작 이틀뿐인 반면 호주는 28일에 인도네시아와 16강을 치렀기 때문에 한국보다 쉴 수 있는 시간이 무려 53시간 더 많다.
이는 조별리그 결과 차이 때문이다. 한국은 E조 2위로 16강에 올랐고 호주는 B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조별리그 순위에 따른 어드밴티지인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가 끝나고 "우리가 일본을 피하기 위해 조 2위를 했다고 말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조 1위를 해서 이런 일정을 피하고 싶었다. 조 1위를 못 했으니 이제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스포츠 매체 옵토스는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결과를 보도하며 "호주는 8강전을 앞두고 큰 이점을 얻었다"며 "한국은 이제 120분 경기과 승부차기에서 회복하는 데에 단 이틀만 남은 반면 호주는 5일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도 "한국과 경기는 호주에 있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꺾을 이유는 4가지에 달한다"며 첫 번째 요인으로 체력을 꼽았다. 매체는 "호주가 거의 이틀을 더 쉬고 나온다. 한국은 손흥민과 이강인이 매 경기 교체도 없이 뛰었다. 그외에 설영우, 김민재, 황인범, 이재성도 벌써 300분 넘게 소화했다"고 했다. 호주는 300분 이상 뛴 선수가 4명에 불과하다.
호주 국가대표 공격수 미치 듀크는 "한국 캠프엔 아픈 선수와 피곤한 선수가 있을 것"이라고 체력적인 이점을 경기에 활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많은 호주 매체가 휴식일이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는 말에 "휴식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 토너먼트 대회의 묘미 중 하나다. 우리는 많이 목마르다"고 답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부담이 있을지 묻자 클린스만 감독은 "너무 영광이며 자랑스러운 자리다. 너무 좋은 선수가 많다. 좋은 선수들과 한 팀에서 함께한다는 건 영광이다. 선수들 스스로도 얼마나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지 느꼈으면 좋겠다. 난 대회를 상당히 좋아한다. 앞으로 종이 한 장 차이 승부가 될 것이다. 호주도 너무 좋은 팀이고 모든 팀이 우승을 할 자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소중한 이 순간, 결승까지 가는 길목,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행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만들어서 좋은 결과로 대회를 끝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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