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진정한 위로에 이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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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위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세네카의 '철학자의 위로'(민음사 펴냄)에 따르면, 슬픔은 버려두면 안 된다.
답답한 마음이 위로를 얻어 고통을 이기려 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위로는 능동적 행위이지 수동적 행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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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위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증 등 정신과 치료 증가율이다. 정신과 환자 숫자는 2017년 약 340만명에서 2022년 465만명으로 무려 36.8% 정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신병원 숫자도 늘고 있는데, 서울의 경우엔 최근 5년 동안 76%나 급증했다.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고통의 나라, 우울의 도시인 셈이다.
세네카의 '철학자의 위로'(민음사 펴냄)에 따르면, 슬픔은 버려두면 안 된다. 방치된 슬픔은 "나날이 강해지고, 그 오래된 시간이 스스로 법칙을 만들어 그만두는 게 추하다고 여겨질 지경"에 이른다. 이것이 우울증이다. 따라서 상처와 고통에 지쳐 자신을 소모하는 것은 어리석다. 상처는 약으로 아물려야 하고, 고통은 깨부숴야 한다.
답답한 마음이 위로를 얻어 고통을 이기려 하는 건 자연스럽다. 세상에 힐링 상품이 넘치는 이유다. 인간은 마음의 평정을 되찾지 않고는 단 하루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위로는 능동적 행위이지 수동적 행위가 아니다. 타자로부터 주어지기보다 오직 자기 건강을 증진하는 방식으로만 이뤄진다.
세네카는 진정한 위로는 미리 준비하는 마음에서 생겨난다고 말한다. "불의의 습격을 당하는 자들에게 운명은 무겁지만, 늘 기다리는 자는 쉽게 견디는 법"이다. 암울한 나날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평온한 길만 생각하고 걷는 사람은 불쑥 닥쳐온 고통에 넘어지지만, 삶에 굴곡이 있음을 알고 습하고 어두운 때를 대비하는 사람은 쉽게 고통을 무찌른다. 불행이 닥쳐오기 전에 학문과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강하게 단련해야 하는 이유다.
고통의 날이 닥쳐온 후엔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면 좋다. 현재의 고통을 잊는 데 달콤한 추억을 쓰라는 뜻은 아니다. 기대 없는 회상은 아편이다. 돌아보기는 내다보려 하는 일이다. 과거에 기쁨이 있었다면, 미래엔 슬픔이 없을 수 있다. 세네카는 "슬픔이 사라질 날을 기다리지 말고 사라질 날을 직접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미래가 가능할 때, 앞날의 예감에 가슴이 두근댈 때 우리는 고통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다.
인간은 현재로 과거를 구원하고 미래를 창조한다. 지금의 자기를 어떻게 조형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의미와 가치는 달라진다. 니체가 말하듯, 낙타처럼 묵묵히 무거운 짐을 견디기보다 생성과 창조를 위해 춤추는 편이 더 낫다. 아름다운 삶을 이룩하는 것이야말로 우울에 대한 유일한 복수요, 위로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이다. 밖으론 고통의 사회적 원인을 제거하고, 안으론 건전한 정신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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