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배움의 연속이었다"…정일우, 열정의 '거미여인' (연극)
[Dispatch=구민지기자] "성소수자 역할은 제게도 도전이었고,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이하 정일우)
배우 정일우가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KISS OF THE SPIDER WOMAN)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파격적인 변신도 시도했다. 자신을 여자라고 믿고 있는 남자 '몰리나' 역을 맡았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여온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매체에서 다루기 힘든 작품이나, 깊이 있는 캐릭터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특히, 유명한 연극이기에 꼭 하고 싶었습니다."
'거미여인의 키스' 프레스콜 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열렸다. 배우 전박찬, 이율, 정일우, 박정복, 최석진, 차선우, 박제영 연출이 참석했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마누엘 푸익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정치와 동성애를 다룬다. '몰리나'와 '발렌틴'의 치명적이고 슬픈 사랑을 그렸다.
먼저, 발렌틴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반항적인 모습도 보인다. 몰리나는 낭만적 감성의 소유자다. 정반대의 성향이 점차 가까워진다.
정일우는 "처음엔 발렌틴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고민하다보니 점차 몰리나 역에 욕심히 생겼다. 도전 정신을 갖고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박제영 연출은 그의 노력을 높이 샀다. "작품 열정이 대단했다. 새벽에도 통화를 많이 했다. 직접 논문, 자료도 찾아서 공유하며 준비했다. 연습실에도 항상 일찍 나왔다"고 전했다.
정일우는 "이 작품은 사랑 그 자체의 쓸쓸함과 애절함을 담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그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일우는 등장부터 강렬하다. 화려한 옷을 입고, 다리를 붙여 앉고, 새침한 표정을 짓는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다가도,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선보인다.
어떻게 준비했을까. 그는 "몰리나에게 사랑이라는 주제가 중요하다. 사랑의 깊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며 연기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섬세한 부분을 포인트로 잡았다. 마치 유리알처럼 건들면 깨질 것 같은 모습 말이다. 약해 보이지만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엔 솔직한 캐릭터로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사소한 것부터 신경 썼다. "손동작이나 자세, 걸음걸이 등을 여성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목소리 톤도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정일우는 "(사실)아직도 찾아가는 과정이다. 쉽지 않은 여정"이라며 "아직 공연 초반부라 항상 긴장한 상태로 연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일우는 짧은 프레스콜 타임에도 감정이 극과 극으로 오갔다. 신나게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도, 눈물을 글썽인다. 아픔에 소리치기도 한다.
자신의 기분에 솔직했다. 발렌틴의 태도에 표정이 달라진다. "내 기분을 망쳤어. 내가 슬프다고 느끼면 울 거야"라며 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 대사가 제게 크게 와닿았다. 몰리나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것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솔직함이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모습과 비교했다. "저는 내성적이라 감정을 드러내진 못한다. 가끔 가면을 쓰기도 한다"면서 "몰리나의 솔직함에 매력을 느끼며 대사했다"고 설명했다.
상대 역과의 호흡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정된 공간에서 두 인물이 각자의 감정을 섬세하고 깊게 표현한다는 게 2인극의 큰 매력"이라고 짚었다.
정일우는 지난 2010년부터 꾸준히 연극 작품을 하고 있다. 연극 무대에서 특히 행복해 보인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연극은 매체 작품(드라마, 영화)와 다르게 긴장감이 가득하다. 관객들과의 소통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미소 지었다.
배우로서의 배움도 늘었다고 강조했다. "한 작품을 30번 넘게 반복한다. 캐릭터의 깊이를 알아가고,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회가 된다면 평생 연극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관객들의 N차 관람도 당부했다. "3월 31일까지 공연이 계속된다. 각 배역에 3명의 배우가 연기한다. 배우별로 스타일이 다르니 보러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사진=송효진기자(Dis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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