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몰래녹음’ 증거 안 돼”…주호민 아들 교사 유죄에 특수교사노조 반발

벌금형 선고유예 유죄 판결에 규탄 나서
“미필적 정서학대 고의성 인정도 자의적”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2일 수원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에 대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법원을 규탄하고 있다. 전국특수교사노조 제공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 교사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하자,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수업 시간에 몰래 녹음한 내용을 예외적으로 증거로 인정한 데다, 미필적 정서학대의 고의성이 있다는 모호한 잣대로 판결했다는 것이다.

전국특수교사노조는 2일 수원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업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는 예문과 ‘싫어’라는 상황에 대해 설명한 것 때문에 특수교사는 유죄가 됐다”며 “학생의 문제 행동으로 인한 교육활동이었고, 지속성과 반복성은 없었음에도 국어 예문으로 사용된 문장과 ‘너’라는 반복 지칭을 했다는 이유로 미필적 정서학대의 고의성을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그 기준이 얼마나 모호하고 주관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이런 판결의 결정적인 요인은 고소인 쪽의 불법 녹취 자료가 법적 증거로 인정됐기 때문”이라며 “대법원이 최근 부모의 수업 중 녹취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내렸음에도 ‘장애학생’이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애인도 똑같은 학생이고, 모든 교육활동에 배제하지 않고 한 명의 학생으로 존중하며 동등한 책무성을 갖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 장애이해교육을 포함하는 통합교육의 취지이며 목적”이라며 “사법부의 이번 판단은 장애인이 배움으로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불법적인 자료로라도 옹호해야 할 만큼 일반인과는 다르고 예외적인 존재’로서 대중에게 인식되는 데에 한 몫을 더했다”고 지적했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교사 ㄱ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되나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처리해주는 판결이다.

ㄱ씨는 2022년 9월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씨 아들(당시 9살)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