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쉰 한국, 얼마나 불리할까. 클린스만 전략은?

김세훈 기자 2024. 2. 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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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사우디전에서 볼을 컨트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호주와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앞선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사우디를 힘겹게 이겼다. 호주는 한국보다 이틀 전 인도네시아를 4-0으로 꺾었다. 한국은 이틀 쉬고, 호주는 나흘 쉬고 맞붙는다.

한국이 얼마나 불리할까. 그리고 어떻게 그걸 극복해야 할까. 국내 축구계에서 20년 안팎 활동한 전문가 5명의 의견을 담았다. 교수, 감독, 연구원, 트레이너, 행정가 등이다. 이들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빅매치 직전이라서 실명을 밝히길 꺼렸다.

■체력, 근육 등 신체적으로만 본다면, 30% vs 80%

한 축구 전문 트레이너는 “앞서 똑같은 경기를 뛰고 똑같은 방식으로 쉰다면, 한국은 30% 수준으로, 호주는 80% 수준으로 맞붙게 된다”고 말했다. 90분 동안 같은 경기를 소화했다는 걸 전제로 한 분석이다. 그런데 한국은 승부차기까지 갔으니 호주보다 더 많이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트레이너는 “물론 도핑은 절대 해서 안 되고, 할 수도 없지만, 그 격차를 조금 심하게 표현한다면, 도핑을 하지 않고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격차가 나는 이유는 글리코겐 때문이다. 글리코겐은 포도당으로 이루어진 다당류의 일종이다. 동물의 주된 당질 저장물질로 간에서 형성돼 대부분은 간에 저장되고 근육에도 소량 저장된다. 글리코겐이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생리학을 전공한 교수는 “클리코겐은 90분 경기를 뛰면 10%만 남고 모두 소진된다”며 “승부차기까지 간 한국은 거의 모두 소모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생리학을 전공한 한 연구원은 “대사 변화, 근육 손상 및 무산소 능력 회복 등에는 3,4일 휴식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개인에 따라서 48시간에서 최대 96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영양분은 호주, 한국 모두 100%다. 영양분은 음식 등으로 섭취할 수 있으며 자동차로 이야기하면 연료와 같다. 그러나 연료가 충분하다고 모든 차량이 똑같은 성능을, 같은 시간 동안 뿜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엔진 상태, 각 부품 부하 정도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연료는 충분하지만 같은 연료를 소모해서 낼 수 있는 힘과 지구력이 양팀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후반 15분부터 더욱 걱정된다.

한국은 체력 30%, 호주는 80%으로 출발해도 양팀은 전반은 대등하게 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후반 초반까지도 괜찮다. 하프타임 15분 정도를 쉬면 후반 초반까지는 힘을 낼 수 있다. 그러나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시간대는 후반 15분부터다. 그때부터 시간은 호주 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반으로 갈수록 한국의 체력이 호주보다 급속하게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한국은 최근 경기를 모두 베스트 멤버들이 끝까지 뛰었다. 그런데 호주는 승리가 가까운 시점에서는 주전들을 교체해 휴식을 줬다. 결국 한국이 뒤진 상태에서 후반으로 들어가 초반부 동점 또는 역전을 만들지 못하면 승리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대승한 팀 vs 힘겹게 이긴 팀

대승한 팀이 바로 다음 경기도 잘할까. 힘겹게 이긴 팀이 바로 다음에도 힘겹게 플레이할까. 이 질문에 대한 객관적인 답은 없다.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선수, 정신상태, 상대 전력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한국이 유리한 점은 신승을 거두면서 다져진 팀워크와 정신력이다. 한 교수는 “대승한 팀이 바로 다음 경기를 어렵게 하는 경향이 많다”며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아무래도 약간 느슨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감독은 “4일 동안 쉰 것은 체력에서는 앞설 수 있지만 경기 감각, 신체 밸런스 등에서는 오히려 나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하고 밋밋한 플레이 vs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

호주는 단순한 플레이를 한다. 공을 돌리다가 찬스가 나면 체격과 힘으로 골을 넣는 스타일이다. 한국이 이에 대비한다면 실점을 줄일 수 있다. 한국도 체력적으로 호주에 크게 밀리지는 않는다. 게다가 전반적인 한국 선수 개인 기량이 호주보다 좋으면 좋지 나쁘지는 않다. 공격에서는 한국이 호주보다 앞선다. 빠르고 골결정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리고 한국은 호주보다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이다. 한국이 경기를 주도한다면 1,2골 정도는 넣을 수 있는 화력을 지켰다. 결국 관건은 호주 공격을 얼마나 무력화시키느냐, 후반 중반 이후 어떻게 버티느냐다.

■‘포백 + 투 볼란치’가 답?

한국이 스리백으로 간다면 호주에 경기 주도권을 내주기 쉽다. 그리고 활발한 측면 공격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포백으로 가면서 양쪽 풀백들을 공격적으로 운영해야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두 명이 있어야 풀백들이 공격적으로 나가면서 빈공간을 커버할 수 있다. 또 호주는 세밀하기보다는 굵직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한국 중앙 수비를 단단히 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한국은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세우든, 공격적 미드필더 한명을 수비적으로 운영하든, 그건 위르겐 클린스만의 선택이다. 한 감독은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한국이 전반 1,2골을 넣은 뒤 후반 영리하게 체력을 세이브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뒤진 상태로 후반으로 간다면 한국은 점점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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