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를 기다리는 이동경 “남은 13경기에 최선을 다할게요”
프로축구 울산 HD의 미드필더 이동경(27)은 올 겨울 하루 하루가 아쉽다.
남들보다 빨리 몸을 만들었는데, 자신이 울산을 대표해서 뛸 날이 짧아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병역 의무가 문제다.
1997년생인 그는 올해 국군체육부대(김천 상무)에 지원했는데, 필기와 실기를 거쳐 최종 합격하면 4월 29일 군목을 입는다.
이동경은 2일 울산이 전지훈련 중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기자와 만나 “군 복무는 해야하지만, 울산에서 더 뛰고 싶은 게 내 마음”이라며 “지난해는 부상으로 우승에 얼마 기여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이동경은 자신이 울산에서 뛸 수 있는 경기 숫자까지 계산을 마쳤다. 그는 “정규리그에선 최대 9경기, 그리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선 16강과 8강까지 모두 뛰면 4경기니 총 13경기가 남았다”고 말했다.
K리그1 3연패를 노리는 울산의 탄탄한 전력을 따진다면 이동경이 13경기를 모두 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본업인 이동경은 팀 내 치열한 주전 경쟁을 넘어야 하는데, 앞으로 3개월만 뛰는 선수에게 얼마나 기회가 주어질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이동경은 “나 같아도 길게 못 쓸 선수는 기회를 많이 주기 어렵다”면서도 “홍명보 감독님에게 쓸 만한 선수라는 인상을 남겨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동경의 진심은 몸 상태에서도 확인된다. 그가 ‘도쿄 리’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도쿄올림픽 시절의 완벽한 몸 상태를 벌써 만들었다. 이동경은 “휴가를 가서도 운동해 최적의 몸무게인 73㎏을 맞췄다”면서 “몸이 살아있는 걸 스스로도 느낀다. 지금 상태로 경기를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울산의 개막 일정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15일 울산으로 일본의 반포레 고후를 불러 ACL 16강 1차전을 치른다. 3월 1일에는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1 개막전이 있다. 이동경은 “남들은 시즌이 너무 빠르다고 힘들어하지만, 난 반대”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동경에게 남은 13경기는 울산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다. 이동경은 “난 연말에 울산이 K리그1 우승컵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며 “그때가 오면 팬들이 ‘이동경이 큰 일을 해주고 갔다’ ‘이동경도 우승 메달을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성과를 남기고 싶다. 난 울산이 키워낸 선수”라고 다짐했다.
가고시마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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