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뷰] “저PBR주 고마워” 코스피 3% 가량 급등… 올 최대폭 상승
외국인·기관 코스피 대형주 순매수
800선 내줬던 코스닥도 2% 상승
새해 들어 부진을 거듭했던 코스피지수가 3% 가량 급등하며 2600선을 넘었다. 정부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식의 몸값을 높이겠다고 밝히자 국내외 기관들이 대거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기술주의 강세에 힘입어 국내 성장주들이 급등한 것도 이날 상승장에 기여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코스피지수는 2600을 훌쩍 넘어선 2615.31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16.94포인트(0.67%) 오른 2559.40으로 개장해 72.85포인트(2.87%)로 상승 폭을 키웠다. 공매도 금지 조치로 134.03포인트(5.66%)가 올랐던 작년 11월 6일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에도 45.37포인트(1.82%) 상승해, 이틀 간 총 118.22포인트(4.73%)나 뛰었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의 주간 등락률이 1월 첫째주 -2.91%를 시작으로 -2.06%, -2.07%로 부진했던 것과 대조된다. 지난주도 0.24% 반등하는 정도에 그친 바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의 급등 뒤에는 정부가 이달 중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자리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직접 추진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개선책으로, 주주가치 제고가 핵심으로 꼽힌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은 회사가 가진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은 이른바 저PBR주의 주요 PBR, 자기자본이익률 등 투자지표 공시 시행,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다.
실제로 이날 우리 증시에서는 국내외 기관 자금이 저PBR주로 꼽히는 은행, 증권, 보험, 자동차, 화학 등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로 몰렸다. 외국인은 전날 1조390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 1조89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대형주에서만 1조6000억원어치 이상 사들였다.
국내 기관도 이날 643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마찬가지로 대형주에 전체 순매수 금액의 대부분인 5300억원 이상을 썼다. 구체적으로 제조업, 운수장비, 금융업, 유통업 등에 고루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몰렸다. 개인은 홀로 2조489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사자’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상승 마감했다. 시총 상위 10개 기업의 주가는 물론 상위 30개 종목으로 범위를 넓혀도 주가가 내린 종목은 SK와 한국전력 단 2곳에 불과했다.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카카오뱅크 등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히는 은행주는 전날 오른 데 이어 이날도 6~9% 올랐다. 자산 대비 시총이 작은 기아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도 이날 최고 12%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 발 훈풍도 코스피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밤 미 뉴욕 시장에서 메타와 아마존 등 인터넷 서비스 관련 종목이 호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국내 최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 네이버(NAVER) 역시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날 네이버 주가는 9% 넘게 상승 마감했다. 2위 업체 카카오는 7% 가까이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31일(현지 시각)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한 가운데 오는 3월 금리인하 가능성도 일축했지만, 우리 증시에선 저PBR 테마에 힘입어 지수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코스닥지수도 상승 마감했다. 전날 대비 16.04포인트(2.01%) 오른 814.77을 기록하며 800선에 안착했다. 전날에는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부분 유가증권시장 대형 저PBR주로 몰리면서 코스닥시장이 주목 받지 못했지만, 이날은 국내 기관과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968억원, 614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의 주가가 올랐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 상승세가 영향을 미친 가운데 제약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HLB는 이날 8% 넘게 오르며 7만원을 넘었다. 셀트리온제약, 알테오젠 주가도 상승 마감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2원(0.69%) 내린 1322.6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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