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붕괴 사고서 인부 극적 소생시킨 소방관[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사람들]⑬
머리 다량 혈액·전신 다발성 출혈 및 타박상·골반 골절 환자, 신속 처치로 살려 내
"인명구조사 자격 도전할 것…순직 소방관 열정적 마음 이어받겠다"
[편집자주]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온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깊이 새기는 신조 같은 문구다. 불이 났을 때 목조 건물 기준 내부 기온은 1300℃를 훌쩍 넘는다. 그 시뻘건 불구덩이 속으로 45분가량 숨 쉴 수 있는 20kg 산소통을 멘 채 서슴없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사람은 누구나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위험에 기꺼이 가장 먼저 뛰어드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인 것이다.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희생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단련된 마음과 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 받은 ‘소방공무원 건강 진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소방공무원 정기 검진 실시자 6만2453명 중 4만5453명(72.7%)이 건강 이상으로 관찰이 필요하거나 질병 소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이상자 중 6242명(13.7%)은 직업병으로 인한 건강 이상으로 확인됐다.
당시 소방에 입직한 지 만 1년 5개월 남짓 된 최 소방관은 이동 중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단 말에 약간의 공포심이 들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5명 중 한 명은 이미 선착한 구급 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진행 중이었고, 구조 대원들은 건물 잔해에 매몰된 3명의 환자를 찾고 있었다.
최 소방관은 도착 직후 선착한 구급대로부터 나머지 환자 1명을 인계받았다. 환자는 안전 헬멧을 쓴 상태로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있었다. 헬멧과 머리 사이로 다량의 혈액이 흐르고 있었고 시멘트로 얼룩진 전신이 피투성이었다. 최 소방관은 환자가 의식이 없자 주먹으로 환자의 명치 아래 흉골을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환자가 약한 신음 소리를 내며 반응을 보였다.
최 소방관은 환자의 헬멧을 벗기고 환자의 목에 경추 보호대를 댔다. 이어 피가 흐르는 머리를 생리식염수를 묻힌 멀건 거즈로 소독하고 압박붕대를 이용해 지혈했다. 최 소방관은 그 당시에 대해 “층고가 높아 한 층고에 보통 건물 3~4층 높이 정도는 돼 보였다.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었다”며 “3층 시멘트 바닥에 떨어질 때 머리를 심하게 부딪히면서 헬멧 내부의 머리를 고정하는 플라스틱 부분이 측두부와 후두부에 그대로 박혀 있었다”고 회고했다.
최 소방관은 환자가 강한 통증에만 반응을 보이는 중증 외상 기준에 해당하자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에 전화를 걸어 의료 지도를 받기로 했다. 최 소방관은 의료진의 지도하에 골절로 추정되는 환자의 골반 기저부를 고정하고 환자의 혈압이 떨어지자 정맥로 확보 후 생리식염수를 투여했다.
이후 외상이 심한 곳은 부목을 고정하고 추가적인 출혈 부위에 지혈 압박 드레싱을 실시했다. 최 소방관은 “당시 환자는 골절로 추정되는 왼쪽 골반 기저부가 틀어져 있었고, 전신에 다발성 출혈과 찰과상 및 타박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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