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은 ‘나으리’ 소리 듣는 정치귀족”…586과 전쟁 선포한 보수
김건호 2024. 2. 2. 16:16
“86운동권은 민주화 운동을 한 대가로 평생 국회에서 ‘나으리’ 소리 듣는 정치 귀족이 되었습니다.”
청년 정책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플랫폼 전진한국이 2일 출범했다. 표면상 청년실업 문제에서부터 문화와 예술, 교육, 세대 간 갈등 등을 연구하는 단체이지만 그 설립 바탕에는 정치권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에 대한 반성과 지적이 자리 잡고 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586 출신 야권 의원들을 상대해야 하는 국민의힘과 보수층에선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시민 삶에는 관심이 없고, 이념의 변화만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주화와 노동운동에 투신한 586 정치인을 이념적으로 공격하는 데 대한 반감도 존재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보수와 진보의 이념 전쟁이 시작됐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선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주대환 민주화동지회 운영위 의장,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원장 겸 국민의힘 상임고문, 조성환 전국교수모임 공동대표, 홍성민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진한국 출범식이 열렸다.
혁신·화합·지성을 깃발로 내건 전진한국 측은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청년 활동가들로 구성됐다. 분노와 분열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실행 가능한 청년 정책 대안을 모색한다는 게 이들 계획이다. 전완식 전진한국 의장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청년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실질적인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고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지난 586 정치권에 대한 자성의 의미로 이제 청년들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게 이 단체의 설명이다. 한경주 전진한국 상임대표는 “86운동권은 민주화 운동을 한 대가로 평생 국회에서 ‘나으리’ 소리 듣는 정치귀족이 되었다. 이제 도덕적 우월감과 선민의식은 내려놓고, 그 자리는 청년들을 위해 비워야한다”며 “(전진한국은) 청년과의 교감이 없는 청년 정책에 맞서 청년지성을 바탕으로 지혜롭고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안하는 씽크탱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진한국의 출범뿐만이 아니다. 최근 보수층에선 정치권 586세대 청산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달 19일 ‘타락한 운동권 정치 청산을 위한 사회운동활동가 원탁회의’에선 586 정치권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원탁회의에서 첫 발표자로 나선 김건 신전대협 공동의장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향해 “타락한 기득권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라”고 지적했다. 1997년생인 김 의장은 “전대협 세력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수십 년 전 기득권의 부패를 타도해야 한다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그들이 지금 부패한 기득권이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또 1992년생인 송시영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은 “선거철마다 ‘누구를 뽑아라’라고 종용하고 정치 후원금을 강요하며 ‘누구를 구속하고 누구를 석방하라’를 외치는 건 노동자 단체가 할 일이 아니”라며 기존 노동조합을 비판했다.
이처럼 최근 586 정치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보수층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건 다가오는 총선과 무관치 않다. 특히 수도권에서 다수의 운동권 출신 중진의원과 승부를 겨뤄야하는 국민의힘 청년정치인은 586과의 전쟁을 이번 총선의 핵심 캠페인 중 하나로 내걸고 있다. 이른바 ‘서울 지역 동부벨트3인’이다. 이승환 국민의힘 서울 중랑구을 예비후보와 김재섭 도봉갑 예비후보, 이재영 강동을 예비후보는 공동집필한 책 ‘이기적 정치’ 북콘서트를 비롯해 최근 각종 방송에서 86정치인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총선에서 맞붙어야 할 인사들은 모두 대표적인 86 정치인사들이다. 민주당 소속의 서울 강동을 이해식 의원와 중랑을 박홍근 의원, 도봉갑 인재근 의원은 각각 서강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 권한대행, 고(故)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배우자로 운동권 인사들이다.
지난해 12월14일 ‘이기적 정치’의 북 콘서트에서 이들은 “학생 운동 주역이자 현 정치권 주류인 86세대 정치인들은 삶의 변화가 아닌 여전히 이념의 변화만 추구하다가 시민들의 현실적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환 예비후보는 “이들(586세대)은 ‘886′이 될 때까지 권력을 안 놓을 것”이라고 했고, 김 예비후보는 “80년대 민주화의 봄을 전두환이 짓밟았다면, 개인 독재는 아닐지라도 86 세대가 장기 독재로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억누르고 있다”며 “‘뺏어간 서울의 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재영 예비후보는 “조국으로 대표되는 86 세대의 위선을 이제는 몰아내야 하는 시대”라며 “그들이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 아름다운 꿈을 꾸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기여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제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괴물이 됐다”고 했다.
당내 86세대가 50여명으로 운동권이 가장 많은 민주당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초선 최종윤 의원은 “지역, 세대 등 일정한 네트워크에 프레임을 씌운 (용퇴론은) 맞지 않다”며 “(특정 세대가) 후진적 정치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무엇을 하느냐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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