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분 단위’ 행적…오전 10시3분 “고발장 초안 보낼게요”

전광준 기자 2024. 2. 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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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게 지난달 31일 징역 1년을 선고한 법원은 '고발사주'를 위한 당시 검찰의 조직적 움직임을 인정했다.

1심 판결문을 보면 1·2차 고발장이 각각 건네진 2020년 4월3일과 8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수정관)실의 숨가쁜 움직임이 분 단위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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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판결문에 드러난 고발사주 과정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게 지난달 31일 징역 1년을 선고한 법원은 ‘고발사주’를 위한 당시 검찰의 조직적 움직임을 인정했다. 1심 판결문을 보면 1·2차 고발장이 각각 건네진 2020년 4월3일과 8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수정관)실의 숨가쁜 움직임이 분 단위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손준성 2020년 4월3일 6시59분 첫 움직임

2020년 4월3일 새벽 3시2분, 조선일보는 채널에이(A) 사건 제보자 지씨가 ‘친여 브로커라 제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기사를 냈다. 약 3시간 뒤인 새벽 6시59분부터 7시18분까지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은 ①조선일보 기사 링크 ②‘제보자X가 지○○임’이라는 메시지 ③갈무리한 지씨 페이스북 게시글 등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낸다.

약 3시간 뒤인 오전 10시12분, 김웅 후보는 조성은 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손준성 보냄’ 표시가 달린 채였다. 9분 전인 오전 10시3분, 김 후보는 조씨와 통화하며 “자료를 일단 드리겠다”,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 보내드릴게요”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지씨의 실명 판결문도 김 후보에게 전달됐다. 수정관실 소속 임홍석 검사는 오전 9시21분 검찰에서 쓰는 형사사법포털 판결문조회 시스템을 통해 지씨 실명 판결문을 조회했다. 51분 뒤인 오전 10시12분부터 4분 동안 수정관실 소속 수사정보2담당관 성상욱 검사도 지씨 판결문을 검색했다.

임 검사와 성 검사가 각각 판결문을 검색하는 사이 손 검사와 성 검사·임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 메신저를 통해 수차례 대화를 주고받았다. 다만 대화 내용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확인하지 못했다.

두 검사의 판결문 검색 뒤인 오전 10시26분, 손 검사는 지씨의 실명 판결문을 김 후보에게 텔레그램으로 전송했다. 김 의원은 3시간여 뒤인 오후 1시47분 이 자료를 조씨에게 전달했다. ‘손준성 보냄’ 표시가 달린 채였다.

고발장에 적힌 최강욱 생년월일, 한국법조인대관과 동일

오후 1시42분 임 검사는 법조인들의 생년월일 등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한국법조인대관에 접속했다. 재판부는 임 검사가 고발 대상자 중 법조인인 최강욱·황희석 열린민주당 후보의 정보를 검색했다고 판단했다. 고발장에 적힌 최 후보의 생년월일은 법조인대관의 생년월일과 동일했다. 네이버 인물정보 등 일반인도 검색할 수 있는 인물정보에는 최 후보의 생년월일이 다르게 기재돼있다. 재판부가 수정관실이 고발장 작성에 관여했다고 판단한 유력 정황 중 하나다.

1심 판결문에 드러난 1·2차 고발장이 각각 건네진 2020년 4월3일과 8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수정관)실의 숨가쁜 움직임.

오후 3시 11분 성 검사와 임 검사가 메신저로 대화했고, 9분 뒤인 오후 3시20분, 손 검사는 김 후보에게 ‘1차 고발장’ 사진을 텔레그램으로 전송했다. 59분 뒤인 오후 4시19분, 김 후보는 조씨에게 1차 고발장 사진을 텔레그램으로 전달한다. ‘손준성 보냄’ 표시가 달린 채였다.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 나오게 되는 것”

오후 4시25분부터 9분39초 동안 김 후보는 조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제가 (고발하러)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 나오게 되는 것” 등의 말을 한다. 나흘 뒤인 7일 조씨는 이진복 당시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게 ‘고발장 접수 상의를 위해 전화드렸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손 검사와 수정관실 소속 검사들은 2차 고발장이 전달된 4월8일에도 분주히 움직였다. 오전 11시12분 임 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문을 검색했다. 오전 11시35분부터 오후 3시18분까지 손 검사-성 검사-임 검사 간 메신저 대화가 이어졌다. 오후 4시2분, 손 검사는 김 후보에게 최강욱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내용의 ‘2차 고발장’ 사진을 전송했다. 김 후보는 오후 7시40분 이를 조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한다. ‘손준성 보냄’ 표시가 달린 채였다.

재판부는 손 검사가 성 검사, 임 검사의 도움을 받아 1·2차 고발장 ‘작성에 관여’했고, 김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김 후보를 거친 고발장들이 조씨에게 넘어간 것도 인정했다. 다만 미래통합당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전달됐다는 조씨의 주장에 대해선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 고발장들이 2020년 4월15일 21대 총선 전 수사기관에 접수되지 않았다는 점 덕분에 손 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을 받았다. 총선이 끝난 뒤인 2020년 8월, 2차 고발장과 흡사한 고발장이 대검에 접수됐고, 검찰은 수사를 벌여 최 의원을 기소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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