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 피부·근육까지 변화…분자 단위 확인

문세영 기자 2024. 2. 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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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은 임신과 연관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장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대사산물의 수치는 간, 췌장, 심장처럼 주요 장기뿐 아니라 근육, 피부를 포함한 임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 같은 부위에서도 급격히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변화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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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학원 "임신이 가져오는 질환 예측에 도움"
시노몰구스 원숭이의 모습. 위키미디어 제공.

임신은 임신과 연관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장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한 원숭이의 장기에서 대사물질을 살핀 결과다. 

홍메이 왕 중국과학원 동물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임신이 생식기관뿐 아니라 몸의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2일 발표했다. 

임신 기간 여성의 몸은 태아가 잘 성장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태반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변화가 일어난다. 임신이 여성의 각 장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인체의 생화학적 작용을 매개하고 조절하는 아미노산, 지질, 당 등 대사산물의 종합체인 ‘대사체’를 연구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신한 여성의 혈액과 소변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장기를 채취해 샘플링하는 건 현실적·윤리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대사체와 장기를 연결시켜 분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임신한 여성의 대사체 연구는 주로 설치류를 대상으로 진행되지만 설치류는 인간처럼 임신으로 인한 임신성 당뇨병, 자간전증(임신중독증), 임신성 고혈압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절한 연구 대상은 아니다. 

연구팀은 영장류 대상으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임신한 원숭이의 장기를 살폈다. 암컷 시노몰구스 원숭이를 대상으로 임신 초기, 중기, 후기 및 임신하지 않은 상태일 때 서로 다른 조직 23곳에서 300개의 샘플을 채취하고 대사산물 연구를 진행했다.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샘플을 분석한 결과 원숭이의 몸이 임신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대사산물 91개가 발견됐다. 특정 대사산물의 수치는 간, 췌장, 심장처럼 주요 장기뿐 아니라 근육, 피부를 포함한 임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 같은 부위에서도 급격히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변화를 보였다. 대부분의 대사산물 농도가 임신 진행 과정에서 변화했다. 

임신한 원숭이의 태반에서는 대사물질인 코르티코스테론의 농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인간줄기세포를 이용한 실험실 연구에서 코르티코스테론이 태반 기능을 조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자간전증을 가진 임신부는 건강한 임신부보다 혈액에서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더 낮다는 점도 발견했다. 코르티코스테론 결핍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면 자간전증을 예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임신 과정에서 일어나는 대사 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였지만 각 대사 변화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각 장기에서 일어나는 대사산물의 농도 변화가 나타내는 의미를 이해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임신 시 발생하는 질환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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