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저가 매각' SPC 회장 1심 무죄…검찰 "판결 오류" 항소(종합2보)

밀다원 주식 삼립에 헐값 매각한 혐의로 기소돼
"주식평가방법 문제없어" vs "증여세 회피 목적"

(서울=뉴스1) 박승주 이세현 기자 =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를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주식가치 평가의 부당성이나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구조에 따라 부과되는 것이고 구조에 따라 얻게 될 이익을 증여로 의제한다는 것"이라며 "거래 자체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배구조를 해소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주식 양도에서 양도가액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주식을 저가 양도한 것이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공소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허 회장은 주식매매 당시 사실상 파리크라상 주식을 전부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파리크라상 및 샤니가 입을 손실을 궁극적으로 자신이 다 입는 결과로 귀결된다"며 "반면 저가거래 상대방인 삼립식품은 오히려 소액주주 지분이 있어 밀다원 주식 가치를 낮게 측정해도 허 회장 일가가 이익을 온전하게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역설적으로 검사가 제시한 적정 가격으로 양도가액을 정했다면 허 회장 입장에서는 이득이었을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당시 새로 도입된 제도에 대응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고 그 주식의 양도가액을 얼마로 결정하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판결 선고 뒤 검찰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 회장 등이 저가 양도한 밀다원의 주당 가격이 평가액보다 현저히 낮고 이사회 결의 없이 주식양도가 결정·실행됐으며 회장 일가의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양도한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그룹 내 밀가루 생산업체인 밀다원 주식을 계열사 삼립에 헐값에 매각한 혐의로 2022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거래로 삼립이 179억7000만원 상당 이익을 확보한 반면 밀다원 주식을 보유하던 샤니와 파리크라상은 각각 58억1000만원, 121억6000만원 손해를 입었다고 봤다. 거래는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 부과가 시행되는 2013년 1월 직전 이뤄졌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