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활주로 사고도 가상현실로 대비”...시뮬레이터 도입 5년차 맞은 제주항공

조윤희 기자(choyh@mk.co.kr) 2024. 2. 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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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시뮬레이터 교육 현장 직접 가보니
시뮬레이터 보유한 국내 유일 LCC
극한 기상 상황·기체 흔들림 실제처럼 구현
팬데믹 기간 조종사 감각 익히려 자체 교육
“주요 사고 원인은 조종사간 소통”
오정환 제주항공 기장(왼쪽)과 최형일 부기장(오른쪽)이 시뮬레이터를 통해 폭설이 내리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에 착륙하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조윤희 기자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에 성공한 비행기가 500피트 상공에 오르자마자 검은 새 떼가 충돌했다. 충돌 직후 새들이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기체는 크게 흔들렸다. 계기판에 1번 엔진의 이상을 알리는 알림등이 빨갛게 켜지자 조종사는 재빨리 문제가 된 엔진의 출력을 낮추고 긴급 회항을 결정했다.

인천국제공항도, 날아온 새 떼도, 엔진 사고도 모두 현실 상황은 아니다. 국내 공항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상황을 훈련하기 위해 교관이 시뮬레이터(SIM·모의비행훈련장치)에 입력한 설정값이다.

지난달 매일경제가 방문한 서울 강서구 하늘길 화물청사 제주항공 훈련센터에서는 제주항공 조종사들이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 대응 훈련에 한창이었다. 이날 훈련 현장을 안내하던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엔진과 기체 손상을 일으키는 버트 스트라이크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버드 스트라이크는 지난 5년간 국내에서 500건이 넘게 발생했으며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의 경우 겨울 철새가 이동하는 동계 시즌에 빈번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시뮬레이터 도입 5년차를 맞았다. 2019년 2월 B737-800의 시뮬레이터 1대를 도입한 이후 2022년 B737-8 시뮬레이터를 추가로 도입해 총 2대의 시뮬레이터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국내 LCC 가운데 시뮬레이터를 자체 보유하고 있는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타사의 경우 시뮬레이터를 대여하거나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훈련받아야 하지만, 제주항공은 자체 장비로 교육하고 있어 수십억원의 훈련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주력 사업인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차세대 기종인 B737-8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대당 가격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시뮬레이터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하늘길 화물청사 제주항공 훈련센터에 제주항공 시뮬레이터 2대가 설치돼 있다./사진=조윤희 기자
연초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다른 항공기와 충돌해 화재에 휩싸이는 등 최근 항공기 안전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조종사들의 운항 훈련을 위해 필요한 시뮬레이터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이 적용돼 현실 상황과 비슷하게 구현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제주항공은 팬데믹 기간 운항 스케줄이 없던 시기에도 조종사들이 운전 감각을 잃지 않도록 시뮬레이터를 적극 활용했다.

시뮬레이터 조종석 앞 화면에는 윈드시어(돌풍)나 눈, 비, 안개 등 극한의 기상 상황을 화면으로 실제 상황처럼 보여준다. 제주도에 폭설이 내리는 상황도, 한파로 활주로가 얼어붙은 상황도 실제처럼 재현한다. 전세계의 모든 공항 활주로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어 생생한 교육이 가능하다.

폭설이 내린 지난해 12월 22일 제주국제공항의 모습<연합뉴스>
장익세 제주항공 SIM훈련팀장은 “하네다 항공 사고처럼 활주로에 다른 비행기가 침범하는 상황을 시뮬레이터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며 “착륙을 준비하는 비행기가 충돌이 임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조종사들이 사전에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장과 부기장 간의 소통 역시 제주항공에서 강조하는 중요한 훈련 주제다. 글로벌 항공업계에서는 조종사간 위계질서에 따른 소통 부재가 항공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어서다. 이날 시뮬레이터 훈련을 진행한 오정환 제주항공 기장과 최형일 부기장은 조정석이 앉기부터 일어서기까지 쉬지 않고 운항 중 지켜야할 수칙과 운항 상황 등을 수시로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조종사들은 하루 4시간의 시뮬레이터 훈련을 마친 후에도 시뮬레이터 훈련을 진행한 교관과 디브리핑 시간을 1시간가량 갖고 훈련 과정을 복기하는 작업을 항상 거친다.

장 팀장은 “조종사들의 기량이나 기계 고장에 따른 사고보다 크루들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기장 선발 과정에서 주요한 덕목으로 기술적인 역량 뿐아니라 소통 능력을 꼽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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