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장왕' AMD·저평가 SK하이닉스… 인공지능 덕에 핫한 반도체株 담아볼까
인공지능(AI)이라는 '금광'에 '곡괭이'를 대는 국내외 반도체 회사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챗GPT와 같은 금맥을 찾기보다는 차라리 AI '골드러시'에 편승해 별다른 위험(리스크) 없이 돈을 쓸어 담는 반도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2022년까지 경기 침체 리스크에 갈 곳을 잃었던 반도체 회사들은 AI 수요를 만나 최근 전례 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AI로 돈을 벌려면 슈퍼컴퓨터와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하고, 여기엔 '하늘의 별'만큼이나 셀 수 없이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은 이런 AI 인프라스트럭처에 미리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편이다. 빅테크들은 별도 애플리케이션(앱)과 거래 시장까지 만들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간신히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러나 AI 반도체 관련 회사들은 빅테크들의 막대한 투자를 등에 업고 손쉽게 실적과 주가를 폭발시키고 있다.
MS 이외의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AI 사업에 나서면서 월가에선 엔비디아의 후발주자 격인 '글로벌 6대장'에 지금 투자해도 늦지 않았다고 외친다. 미국의 AMD와 인텔, 네덜란드의 ASML, 대만의 TSMC,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들 6대장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으론 AMD, 경쟁 없는 절대적 독점성으론 ASML, 저평가 매력으론 SK하이닉스가 낫다는 월가의 평가가 나온다.
D램 내 엘리베이터 만든 하이닉스 흑자전환
1월 31일 '투자업계의 AI'로 불리는 블룸버그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엔비디아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50.97배다.
엔비디아를 추격 중인 6대장의 PER은 11~43배로, 상대적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SK하이닉스의 PER은 11.5배로 AI 반도체(칩) 개발 능력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AI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초대형 서버 컴퓨터를 갖추고 있는데 여기엔 엄청난 D램 메모리 용량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기존 D램 방식으로는 이런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했다. HBM은 2008년 AMD와 SK하이닉스가 공동으로 개발을 주도한 차세대 메모리 규격이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AI의 필수품이 됐다.
쉽게 말해 D램을 빌딩처럼 쌓고 구멍을 뚫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공간 효율을 높인다. 이를 통해 에너지와 발열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HBM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에 꼭 필요한 제품이 됐다. SK하이닉스는 2세대인 HBM2에 이어 HBM2E(3세대), HBM3(4세대)까지 개발·양산하면서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과 함께 글로벌 HBM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원래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했지만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전이어서 사업을 접었다. SK하이닉스가 재빨리 HBM 양산에 나서면서 시장 선두주자로 치고 나간 것이다.
HBM 시장은 이제 막 열렸기 때문에 아직까지 SK하이닉스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2조7657억원, 7조73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3.6%다. 그러나 2023년 1분기에서 4분기로 갈수록 실적이 개선됐다. 1~3분기 적자에서 4분기에는 영업이익 흑자(3460억원)를 기록하며 이익률 3%를 찍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HBM처럼 가격을 높여서 팔 수 있는 반도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최근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에 2025년 1분기용 HBM 할당량을 미리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엔비디아로 가는 물량은 이미 완판됐다.
이런 상황이니 월가가 SK하이닉스의 이익 증가율을 매년 높일 수밖에 없다. 2022년 SK하이닉스 주당순이익(EPS) 대비 2026년 예상치는 5개년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 기준 31.3%에 달한다.
엔비디아와 맞불 AMD 주가 조정은 찬스
월가에서 미래 성장성 기준으로 SK하이닉스보다 높게 보는 곳이 AMD다. 같은 기준 EPS 성장률은 46.3%다. 5년 평균 46%씩 이익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최근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AMD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3년 영업이익률 1.8%가 이를 대변한다.
AMD는 만년 '2등주'로 불려왔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컴퓨터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인텔에 늘상 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CPU 시장에서 인텔을 따라잡은 데 이어 AI 칩 시장에선 엔비디아와 격전을 벌이면서 실적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엔비디아는 성능이 뛰어난 AI칩 'H100'으로 이 시장을 80% 가까이 장악하고 있다.
최근 AMD는 최신형 'MI300' 시리즈를 내놓으며 엔비디아의 점유율을 깎아먹고 있다.
두 반도체 모두 챗GPT 같은 대규모언어모델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다만 어떤 인프라스트럭처에서 칩이 구동되느냐에 따라 성능 차이가 생긴다.
결국 AMD가 2등주로서의 불리함을 뛰어넘을 만큼 압도적 성능을 보여줘야만 주가가 폭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AMD와 같은 미국 주식은 지난 실적과 함께 향후 실적 전망(가이던스)도 내놓는다. 단기 주가는 오히려 가이던스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짙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MD는 올 1분기 매출액 가이던스 중간값을 54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57억달러보다 3억달러가량 낮은 수치다.
인텔 역시 실적 발표 때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가이던스를 밝혀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주문량 3배 급증한 ASML 주가는 고평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6대장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이익률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32.8%는 TSMC(42.6%)에 이은 2위이지만, 2022년 이후 2026년까지 EPS 연평균 성장률은 19.4%로 TSMC(6.8%)보다 월등하게 높다.
ASML은 세계 노광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장사다. 노광장비는 AI와 같은 높은 수준의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첨단 설비다. 장비 한 대 가격만 1억8000만달러(약 2400억원)에 달한다.
AI용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대당 가격이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며 계속 오르는 추세다.
또 AI가 군사용으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미·중 무역분쟁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로 나온다. 'ASML이 없으면 AI도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을 고객사로 삼고 있어 업계에선 '을'이지만 이들보다 수익성이 월등하게 높아 '슈퍼을'로도 불린다. AI 수요 폭발로 당분간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도 노광장비를 받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2023년 4분기에 이 장비의 주문량은 금액 기준으로 92억유로에 달했는데 이는 같은 해 3분기(26억유로)보다 3.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투자자 입장에서 흠이라면 주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20% 올라 PER이 42.1배에 달한다. AMD(43.9배)보다만 낮을 뿐이지 '갑'으로 모시고 있는 다른 4곳의 반도체 회사보다 고평가된 상태다.
고성장 주식을 평가하는 주가이익성장비율(PEG) 기준으로 보면 6곳 중 가장 높아 투자 부담이 존재한다. ASML의 향후 5년 예상 PEG는 2.61배로 AMD(2.45배)보다도 주가가 비싸다는 것이다. PEG는 PER을 EPS성장률로 나눈 값으로, 실적 성장 속도와 주가 상승 속도를 비교한다.
통상 1.5배 이상은 이익 성장보다 주가가 더 빨리 오르고 있어 고평가됐다고 판단한다.
배당 투자자라면 AI 관련 반도체 주식은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AMD는 아직 배당을 주지 않으며, 다른 곳들도 1월 말 기준 연 1~2% 수준이라 예금 금리보다도 낮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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