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人문화] "현대성은 모든 것의 뒤엉킴"…김홍석 개인전

박은희 2024. 2. 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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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이 존재하는 공간이 지하 쇼핑몰 또는 한적한 지하철역과 별다를 바 없길 바랍니다."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를 여는 김홍석(상명대 무대미술학과 교수) 작가는 이번 전시가 미술을 특별하게 느끼는 감상자의 마음에 균열을 내는 경험이길 기대하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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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작가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진행한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 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김홍석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 전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김홍석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김홍석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 전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내 작품이 존재하는 공간이 지하 쇼핑몰 또는 한적한 지하철역과 별다를 바 없길 바랍니다."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를 여는 김홍석(상명대 무대미술학과 교수) 작가는 이번 전시가 미술을 특별하게 느끼는 감상자의 마음에 균열을 내는 경험이길 기대하며 이같이 말했다.

작가는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형식과 매체의 범주를 넘나들며 사회·문화·정치·예술에서 나타나는 서구의 근대성과 이에 대항하는 비서구권의 독립적 저항 간에 발생하는 애매모호한 인식의 질서를 비판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뒤엉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서구 모더니즘의 승자가 자본과 금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미술도 이것의 지대한 영향 아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힘들다"며 "탈구조주의의 '해체이론'이 결국 현실에 실현되지 못한 것이 그 증거"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원적 대립이 아닌 현대에서 발견되는 뒤엉킨 감각은 어쩌면 새로운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며 "뒤엉킨 세계는 이원론적 사유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실천의 시작으로, 현대성은 곧 모든 것의 뒤엉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의 인식, 즉 아름다움·완전함·옳음 그리고 인간에 대한 정의가 뒤엉킴을 통해 우리의 인식체계를 바꿔 다른 세상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은 어떨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작가는 K2 2층에서 사군자 페인팅을 필두로 연꽃, 대나무, 잡목 등을 그린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사군자'라 명명한 작품은 작가 인생의 첫 번째 사군자 회화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이론적으로 굉장히 멋있는 서양의 해체이론과 노장사상이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 취미인 캘리그라피를 작업에 활용해보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적 정체성보다는 사회적 문제와 미술의 효용과 역할에 관심을 쏟고 싶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동양화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서양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아크릴과 캔버스를 재료로 삼아 전시 주제를 강조한다. 그는 "여기 있는 전부 제가 생각할 때 서양적 미의 기준을 동양에 대입시켜본 것 뿐"이라고 했다.

전시장 내부에는 공공장소에서 흔히 들리는 음악에서 착안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갤러리가 고급스럽고 특수한 곳이 아닌 공공적 공간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K2 1층 공간의 작품들은 대중이 흔히 학습해 온 당연한 정보들이 통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맞는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의구심이 싹트고, 이내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생소한 형태의 조각들이 자리한다. 조커의 얼굴에 고양이 몸을 한 조각은 조커가 고양이 털옷을 입은 것인지, 고양이가 조커의 탈을 쓴 것인지 분간할 수 없다.

K3에는 보다 유쾌한 광경이 연출된다. 전시장 중앙에는 천장을 뚫고 바닥에 떨어진 듯한 거대한 운석 덩어리가 위치하는데, 부지불식간에 생겨난 이 무명의 덩어리는 중력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깨진 모습이다. 갈라진 형태 사이로는 지구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불문율적으로 합의한 '별'이라는 기호를 띤 두 개의 물체가 관찰된다. 한때는 별이었으나 현재는 하나의 돌에 지나지 않는 본체와 그 내부에 보이는 별의 표상의 조화를 통해 실재적 존재와 해석적 존재의 개념을 뒤엉키게 만든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리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정의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현해 기존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미술가의 책임이며 '미술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라고 설명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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