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부친 “그날따라 아침을 먹자고 하더라. 원래 안 먹는데”

양다훈 2024. 2. 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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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북 문경시의 육가공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김수광(27) 소방장의 아버지는 이같이 말했다.

구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김 소방장은 문경소방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거처를 옮기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들은 김 소방장의 활발한 성격이 어머니를 쏙 빼닮았다고 했다.

김 소방장은 그 누구보다 소방관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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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젊은 소방관들을 위해 더 안전한 근무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산업단지 육가공 공장 화재로 순직한 김수광(27) 소방장이 살아생전 아버지와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유족 제공
 
“수광이가 그날따라 아침을 먹자고 했어요. 원래 안 먹던 앤데… 그렇게 함께 아침 먹고 수광이는 출근했습니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북 문경시의 육가공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김수광(27) 소방장의 아버지는 이같이 말했다.

김 소방장의 아버지는 “애가 아침에 일어나서 얼른 씻더니 아침을 먹어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나랑 아침을 같이 먹자고 했다”며 “아내가 차려준 밥과 국을 수광이랑 함께 먹고 출근길에 보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김 소방장이 부모님을 살갑게 대했던 막내아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김 소방장은 문경소방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거처를 옮기지 않았다고 한다. 누나가 결혼했으니 자신마저 떠나면 두분에서만 계셔야 하는 부모님이 눈에 밟혀서였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그는 수년간 문경에서 구미까지 1시간 거리를 매일 출퇴근했다.

유족들은 김 소방장의 활발한 성격이 어머니를 쏙 빼닮았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까지 배드민턴 선수로 활약했던 어머니를 닮아선지 운동도 곧잘 했다고 기억했다.

한 유족은 "수광이가 엄마랑 유독 잘 지냈다"며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해서 쉬는 날이면 엄마랑 둘이 예쁜 카페도 자주 놀러 갔다"고 말했다.

김 소방장은 그 누구보다 소방관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군대에서부터 소방관을 준비한 그는 당직 근무를 꼬박 새운 다음 날에도 졸음을 이겨가며 공부했다고 한다.

전역 3개월 만에 소방관이 된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허리까지 다쳐가며 인명구조사 시험까지 합격했다.

항상 남을 돕는 일을 하는 게 꿈이었던 그는 결국 그토록 바랬던 119구조구급센터 대원이 됐다.

퇴근 후에도 훈련에 매진하고 배려심 넘쳤던 김 소방장의 모습을 보고는 그를 따라서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된 친구들도 여럿 있었다고 유족들은 말했다.

한 유족은 “수광이가 그렇게 소방관이 되고 싶어 했는데 합격하고 좋아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며 “젊은 소방관들을 위해서 더 안전한 근무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불이 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드는 소방관들이 있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저녁 7시 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에 있는 4층짜리 육가공 공장에서 불이 났다.

인근 주민의 신고로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건물에서 사람이 대피하는 것을 발견하고, 내부 인명 검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색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급격한 연소 확대로 두 사람이 건물 내부에 고립됐고, 이어 건물이 붕괴하면서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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