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들 "불법녹음 증거 인정 판결, 특수교육·통합교육 후퇴 시켜"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전국 특수교사들이 해당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향해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을 후퇴시키는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2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녹음 자료를 법적 증거로 인정해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이번 판결은 교사와 공교육에 대한 억압"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전날(1일) 경기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자폐성 장애가 있는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 B(당시 9세) 군에게 5차례에 걸쳐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한 혐의(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게 법원이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판결이 나온데 대한 것이다.
특히 논쟁의 대상은 주 씨 측이 제시한 학대의 근거가 B군의 외투에 넣어둔 녹음기에 녹음된 A씨와 B군의 대화 내용이 증거로서의 능력이 있는지 여부였고,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교육활동의 위축될 것"이라며 이를 증거로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했음에도 불구, 재판부가 해당 증거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장애로 인지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당성이 인정됨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특수교사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수교사노조는 "이번 판결로 인해 대한민국의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며, 특수교육 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든 공교육의 장을 억압하게 되면서 학교는 더 이상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을 실현하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 자기방어와 방치가 판치는 곳이 될 것"이라며 "이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지극히 모호하고 주관적이며, 불법 녹음 자료를 법적 증거로 채택했다는 두 가지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수업 중의 단 한 장면인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는 예문과 ‘싫어’라는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A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동기와 경위는 해당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인한 분리조치 및 그에 따른 교육활동이었을 뿐"이라며 "또한 지속성과 반복성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어 예문으로 사용된 문장과 ‘너’라고 반복 지칭했다는 이유로 미필적 정서학대의 고의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그 기준이 얼마나 모호하고 주관적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녀가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구체성 없는 부모의 주관적 견해와 수업 중 부적절한 발언만으로도 교사를 아동학대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아동학대처벌법’이 가진 또 하나의 거대한 문제점"이라며 "이번 판결로 인해 교사들은 향후 학생들에게 어떠한 빌미도 주지 않고, 어떠한 꼬투리도 잡히지 않기 위해 학생과의 모든 상호작용을 최대한 피하고 학생 지도를 포기하며 학생의 어떠한 행동에도 침묵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는데, 이는 마약 투약이나 수 억 원대 사기 행각을 비롯해 성매매 알선 또는 흉기를 휘두른 특수상해 범죄자 등에게 선고되는 형량으로, 교사의 혼잣말이 이러한 규모에 비견되는 범죄 행위였는지 의문"이라고 따져 물은 뒤 "이처럼 교사들이 이해 가능한 명시적 기준이 없는 정서적 아동학대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위축시키고, 훈육과 생활지도 및 장애학생의 행동지원의 기회조차 박탈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특수교사노조는 "특수교사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교사들이 이번 판결로 인해 교육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고 깊게 절망했음을 천명한다"며 "학생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것이고, 수업은 학생의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이 아니라 단지 기계적인 의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시작해야 하는 ‘교육’은 이제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켜 학교 교육의 붕괴를 야기할 재판 결과를 규탄하고, 2심 재판부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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