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컷] 주름진 손 꼭 잡고 졸업식장 오른 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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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 산실인 부산 보건중학교에서 2일 열린 졸업식.
노부부는 한참 어린 학우들 앞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이 부끄러울 법도 한데 단상을 오른 뒤에도 한참을 놓지 않았다.
이들은 전쟁통에 학업을 중단한 게 가슴 속에 응어리로 자리 잡았지만, 두 손을 꼭 잡고 마침내 함께 졸업식 단상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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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와 병행하며 학업 마친 아내, 남편 손잡고 눈물의 졸업식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만학도 산실인 부산 보건중학교에서 2일 열린 졸업식.
수상자 이름이 호명되자 노부부는 손을 꼭 잡고 단상을 오른다. 학우들은 기립박수로 환호를 보냈다.
노부부는 한참 어린 학우들 앞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이 부끄러울 법도 한데 단상을 오른 뒤에도 한참을 놓지 않았다.
부부 만학도 주인공은 송호범(86) 학생과 강명순(78) 학생.
이들은 전쟁통에 학업을 중단한 게 가슴 속에 응어리로 자리 잡았지만, 두 손을 꼭 잡고 마침내 함께 졸업식 단상을 올랐다.
경남 사천에서 국민학교에 다니던 송씨는 6학년에 6·25전쟁이 발발했다.
이듬해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연필 한 자루조차 구하기 힘든 그 시절, 배움은 사치였다.
입학 3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뒀지만 끝내 못다한 학업은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
아내 강씨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자녀를 3명이나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뤘지만 배우지 못한 아쉬움은 응어리져 갔다.
"우리 학교를 다녀봅시다."
아내를 설득했다.
처음에는 용기가 부족했다고 한다. 만학도가 다니는 부경보건중학교에서도 최고령이었다.
부부는 함께라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도 집에서 함께 공부하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며 노부부는 배움을 즐거움을 느꼈다.
이들은 졸업까지 반년이 남았던 지난해 6월 또 하나의 큰 산을 만났다. 아내 강씨가 담도암 판정을 받았다.
강씨는 오전에는 학교를 오후에는 항암치료를 받으며 어렵게 학업을 이어갔다.
강씨는 "남편과 학우들이 오르막길에서 나를 부축해주고 가방을 들어주는 등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치료와 병행하면서 아주 힘들었는데 선생님과 학교도 많은 배려를 해줘 졸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아내와 나이가 들고 공부를 같이하며 더 정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조금 부끄러웠지만 건강이 안 좋은 아내가 혹시 넘어질까봐 손을 잡고 졸업식 단상을 올랐다"며 "아내 건강만 허락한다면 꼭 고등학교 과정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1977년 개교한 부경보건고등학교 병설 부경중·고등학교는 1950년대는 전쟁, 1960년대 급격한 산업화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희생해야 했던 성인들을 위한 학교다.
피란수도로 피란민들이 모여든 부산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2002년도에 중학교 과정이 개설되고 전국에서 최초로 2011년 성인들을 위한 고등학교(2년제)로 정식 인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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