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집에 두고 테니스 치러 간 남편 기소

집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그냥 두고 운동하러 외출한 60대 남편이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장일희)는 유기 혐의로 경찰에서 송치된 63살 A 씨의 죄명을 유기치상으로 변경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오늘(2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해 5월 9일 오후 6시 10분쯤 인천시 강화군 자택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50대 아내 B 씨를 방치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테니스를 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들렀다가 쓰러진 아내를 보고는 사진을 찍어 의붓딸에게 보낸 뒤 곧바로 외출했습니다.

당시 B 씨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뇌출혈)로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B 씨는 딸의 신고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애초 경찰은 지난해 7월 A 씨에게 유기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당시 검찰은 B 씨의 머리 부상과 관련한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반려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2개월 동안 보완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유기치상에서 유기로 죄명을 변경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의료 감정 등 보완 수사를 했습니다.

검찰은 A 씨가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집을 떠나 B 씨의 치료가 지체되면서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예전에도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적이 있다"며 "아내하고 그런 일로 더 엮이기 싫어서 그냥 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A 씨는 과거에 3차례 가정폭력 사건으로 경찰에 형사 입건됐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보완 수사를 통해 B 씨가 병원 이송 직전까지 계속 뇌출혈 증상을 보였고, A 씨의 유기 행위로 치료가 늦어진 사실이 피해자의 의식불명 상태에 영향이 미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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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윤 기자 (cyworld@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