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무려 ‘10년간 무임금 노동’ 의혹...개 사육 농장주 “일 시킨다 생각 안해”

강원 화천군의 한 개 사육 농장주가 3급 지적장애인에게 무려 10년 가까이 무임금으로 일을 시켰다는 의혹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는 성인이지만 장애로 인해 10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2014년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에 있는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에게 직업을 소개해 준다며 약취 및 유괴하여 감금하고 피해자들을 강제 노동시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해당 섬의 주민들과 인근 공무원들이 합심하여 범죄에 가담하거나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신안 염전 노예 사건’과 유사한 범죄가 우리사회에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강원경찰청은 지적장애 3급 A(31)씨 가족이 농장주 B씨를 장애인복지법(장애인학대)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강원 화천경찰서에 배당해 수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에서 A씨는 견사육 농장주 B씨 밑에서 지난 2011년 11월 말부터 2019년 3월까지 매년 겨울철 격일로 일했다.

A씨는 화천군 등지 군부대에서 남은 음식물을 가져와 개들의 먹이로 제공하는 일을 담당했는데 농장이 사실상 문을 닫은 뒤에도 2022년 초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인근 식당에서 잔반을 수거해 일부 남은 개들에게 제공하는 일도 맡았다.

추가로 B씨는 폐사 처리, 각종 심부름 등도 A씨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하루에 약 5시간 정도 B씨를 도왔던 A씨는 B씨가 제공하는 점심 외에 별도 임금은 받지 못했다.

마을 주민은 한겨레에 “아침저녁으로 (A씨가) 농장주와 같이 일하는 것은 자주 봤는데,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A씨의 장애 수준을 알고 있는 B씨가 가족들 몰래 무임금으로 일을 시켰다고 의심하고 있다.

부모는 연로하고, 누나들은 따로 떨어져 살아 A씨가 일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또 집을 비웠던 날이 잦을 때면 A씨는 가족들에게 “산책을 다녀왔다”고 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A씨가 농장의 개에게 팔뚝을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가족들이 추궁하는 과정에서 동생이 B씨의 지시로 일을 해왔던 사실들을 알게 됐다.

가족들은 A씨가 총 5920시간을 무임금으로 근무했다고 보고 일용근로자 평균 시급 2만원을 적용해 총 1억1840만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처음엔 애(이씨)가 놀러 와서 시간을 보내다가 내 일 일부를 조금씩 도와줬다. 그때 (이씨에게) 집에 가라고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잘못 이었다”며 “일을 시킨다고 생각하진 않았기에 돈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