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50분 이상 고강도 운동은 ‘약보다 독’[수피의 헬스 가이드]
운동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누군가는 살을 빼려고, 혹은 근육을 만들려는 게 목적이지만 건강이나 장수를 위해 운동하는 이들도 많다. 운동하면 건강해진다는 명제는 상식이지만, 뭐든지 과한 건 부족하느니만 못하다보니 무리한 운동도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몸을 혹사하는 몇몇 종목 선수들의 평균수명은 일반인보다 짧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의 운동량이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될까? 혹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몸매관리나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하는 중이라면 잠시 자신의 기준은 내려놓기로 하고, 오늘은 순전히 건강과 장수 관점에서 어느 정도의 운동량이 적당할지 알아보자.
이걸 판단하려면 운동량과 강도를 비교할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때는 대개 MET(Metabolic Equivalent Task)라는 지표를 쓰는데, 시간당 소모하는 에너지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MET 3~6은 저강도 운동으로, 걷기와 골프(4), 느리게 자전거 타기(5~6)처럼 숨이 차지 않는 운동을 말한다. 가볍게 하는 근력운동(5)도 저강도 운동에 속한다. 한편 MET 6을 넘으면 고강도 운동으로 본다. 달리기(7~10), 수영(8), 축구(7), 등산(7.5), 한계까지 쥐어짜는 힘든 근력운동(8) 등 숨차고 격한 운동을 말한다.
그럼 이런 운동은 수명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까? 2022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약 12만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MET 6 미만의 저강도 운동과 6 이상의 고강도 운동을 한 사람들의 사망률을 비교한 통계연구를 발표했다. 결과는 예상처럼 운동을 하면 사망률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저강도 운동은 주당 200분, 고강도 운동은 주당 100분 정도를 경계로 추가적인 효과가 미미해졌다. 저강도 운동은 아주 조금이나마 이득이 있었지만 고강도 운동에서는 시간을 투자해도 이득이 없었다. 특이한 건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으로 한정하면 고강도 운동이 주당 150분을 넘기면서 거꾸로 사망률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 통계는 사망률만 본 것이라 무릎이나 허리를 삐끗하는 등 외과적인 부상 통계는 들어 있지 않다. 이런 부상은 운동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의 활동을 제약해 체중이 늘게 만들고, 결국 그로 인해 대사증후군 등이 생기게 해서 수명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되니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악영향은 좀 더 큰 그림에서 볼 필요도 있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주당 150분의 저강도 운동, 혹은 주당 75분의 고강도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이 통계와 권장치를 근거로 시간 투자 대비 건강 차원에서 효율적인 운동 시간을 계산해보자. 목표는 저강도 운동에서는 주당 150~200분, 고강도 운동을 한다면 주당 75~100분이다. 두 가지 운동을 모두 한다면 고강도 운동은 2배의 저강도 운동 시간으로 환산하면 된다.
한국인들이 가장 널리 하는 운동인 걷기는 대표적인 저강도 운동이다. 단, 좁은 의미의 운동은 일정 시간 지속적으로 숨이 차게 몸을 움직여야 하니 일상에서 짧게 걷는 부분은 빼자. 걷기 운동만을 한다면 30분씩 주당 5~6회, 혹은 50분씩 주당 3~4회 실시하면 주당 150~200분을 채울 수 있다. 달리기나 등산 같은 고강도 운동은 30분씩 주당 3회, 혹은 45분씩 주당 2회 하면 된다.
다른 종류의 운동을 섞는다면 어떨까? 헬스장에서 40분 근력운동 후 20분 달리기를 한다면 주당 2회만 운동해도 제시된 운동량을 아슬아슬하게나마 채울 수 있다. 40분 근력운동 후 30분 걷기를 한다면 주당 3회는 필요하다.
수피 | 운동칼럼니스트·<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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