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니코틴 살해 혐의 징역 30년 받은 아내, 파기환송심서 무죄

이종구 2024. 2. 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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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체에 치명적인 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물을 먹여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아내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부검 결과 니코틴 성분이 검출되면서 타살 가능성이 제기돼 큰 관심을 끌었다.

A씨는 2021년 5월 26, 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에 따라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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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공소사실 증거 없다" 판결 취지 반영
니코틴 원액. 게티이미지뱅크

사람 인체에 치명적인 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물을 먹여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아내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부검 결과 니코틴 성분이 검출되면서 타살 가능성이 제기돼 큰 관심을 끌었다.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박선준 정현식 강영재)는 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2021년 11월 구속 기소된 지 2년 2개월 만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범행 준비와 실행 과정의 합리성 여부, 발각 위험성과 피해자의 음용 가능성, 피해자의 자살 등 다른 행위가 개입될 여지 등에 비춰봤을 때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범죄증명이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혈액에서 검출된 니코틴 농도에 비춰볼 때 흰죽과 찬물을 이용했다면 고농도 니코틴 원액이 필요해 보인다”며 “수사기관은 피고인에게 압수한 니코틴 제품의 함량 실험을 하지 않았다. 압수된 제품이 범행에 사용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니코틴을 음용할 경우 혓바닥을 찌르거나 타는 통증이 느껴져 몰래 음용하게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공통된 전문가 의견”이라며 “의식이 뚜렷한 피해자에게 니코틴이 많이 든 물을 발각되지 않고 마시게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범죄에 사용된 니코틴 용액의 종류와 양이 확인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니코틴 존재를 모른 채 음식물을 섭취하기 어려웠을 거란 판단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해자의 경우 피고인이 오랜 기간 내연 관계에 있다는 사실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가정의 경제적 문제, 사망 무렵 부친과의 불화 후 ‘부모 의절’을 검색하는 등 불안정 정서가 심화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살해 동기와 관련해서도 “피고인이 6세 아들을 두고 남편을 살해할 만한 동기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

A씨는 2021년 5월 26, 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에 따라 구속 기소됐다. 당시 A씨에게 내연남이 있었고, 남편 앞으로 된 보험금과 부동산을 노린 게 범행 동기로 지목됐다. 1심은 미숫가루, 죽, 물 등 모든 음식물이 살해를 목적으로 두고 있었다며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은 찬물을 통한 범죄만 유죄로 인정했으나,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A씨는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하며 남편의 자살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7월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4번의 변론절차를 거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취지에 따라 무죄 판단을 내렸다. 다만 A씨가 남편 사망 후 남편 명의로 인터넷 은행에서 300만 원을 대출받은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에 대해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살인 혐의 무죄 선고에 따라 A씨는 석방됐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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