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사망선고" "사기 꺾었다"…'주호민 사건' 유죄에 교사들 반발

웹툰작가 주호민이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날 '주호민 아들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공동취재) 2024.02.01. /사진=뉴시스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데 대해 교육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호민 사태가 공교육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윤미숙 초등교사 노조 대변인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녹음기 증거 인정을 한 것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가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사명감, 사기 자체를 꺾었다"며 "선생님들이 나도 녹음기를 사서 항상 켜 둬야 (나중에 문제될 수 있을 때) 전후 맥락을 살필 증거로 쓸수 있겠다며 다들 녹음기 구매를 알아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장애 학생들을 교실에서 일반 학생과 같이 지도를 하는 통합학급을 운영할 때 교사들은 다 같이 도와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장애 학생들에게 특수성을 이해시키고, 비장애인 부모의 협조도 구한다"며 "앞으로는 그런 것이 어려울 수 있고, 교사 입장에서도 생활지도 했다가 아동 학대자가 되느니 안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전날 한 교사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주호민이 쏘아올린 이 공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라"며 "이제 공교육은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사는 "앞으로 학교에서 열정 가진 교사는 고소 당해 사라질 것"이라며 "앞으로 교사는 바디캠 달고 수업만 하고 한숨이나 혼잣말도 못할 테고, 생활 지도 없는 학교에서 금쪽이들은 미쳐 날뛸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몰래 넣은 녹음기가 특수아동이라는 측면에서 증거로 인정된 것과 관련해, 앞으로 특수교사 씨가 마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장애학생들이 있는 통합 학급은 서로 담임을 안 맡으려고 할 것"이라며 "교사가 흐린 눈 해야하고 생활지도 못하면 결국 피해는 아이들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교사는 이번 사태로 "앞으로 통합학급이 거부될 것이고, 특히 발달장애 학생에 대한 편견이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강화될 것"이라며 "생활지도 개념 자체가 붕괴되면서 교사는 앞으로 감정교류없이 정해진 교육과정만 전달하는 기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이도 "주호민 아내가 웹툰에서 언급한 얼마 안남은 통합의 기회가 날아갔다"며 "다른 장애아동의 기회도 같이 날려버린 셈"이라고 언급했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공교육 멈춤의 날) /사진=임한별(머니S)

한편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전날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특수교사에 대한 1심 공판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A씨의 일부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정서 학대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교사로서 피해 아동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짜증 섞인 태도로 정서적으로 학대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A씨의 변호인은 1심 판결에 반발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김기윤 변호사는 "(피해 아동 측이) 몰래 녹음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증거 능력을 인정했는데 경기도교육청 고문 변호사로서 재판부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며 "몰래 녹음에 대해 유죄 증거로 사용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