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 꽃’으로서 마지막 길 떠난 그들…“모든 국민이 빚 졌다” 추모 물결
“우리 아들 참 잘생겼죠. 소방관 됐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선한데….”
2일 오전 경북 문경 문경장례식장에서 고 김수광(27) 소방장의 아버지 김충희씨는 김 소방장의 영정사진을 보며 기가 막힌 듯 말문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아들은 책임감 있는 멋진 구조대원이었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2019년 소방관 제복을 입은 김 소방장은 가족들에게 “누군가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불길 속을 뛰어드는 119구조대원이 ‘소방의 꽃’”이라고 말해왔다고 했다.
아버지 김씨는 “구조대원이 되려고 허리까지 다쳐가면서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따더니…. 비통할 따름”이라며 “그래도 국민을 위해 순직했다. 소방 가족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빈소에는 “겨우 27살이다, 너무 어리지 않나”라며 고인을 추모하는 유가족과 지인들로 침통함이 가득했다. 동료들은 생전 김 소방장의 모습을 회고했다. 동료 황국현 소방관은 “한 명이라도 더 인명을 구하려고 하는 그런 친구였다”며 울먹였다. 문경소방서 동료 김태웅 소방관도 “구조대원으로서 필요한 체력과 구조기술을 배우기 위해 항상 땀에 젖어있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김 소방장 영정 사진 주변에 놓인 무수한 국화꽃이 ‘소방의 꽃’이 된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듯했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말할 정도로 소방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고 박수훈(35) 소방교의 빈소에도 조문객 행렬이 이어졌다.
특전사 출신인 그는 소방관이 된 지 올해 3년 차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제복을 입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 지금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구조대원이 된 그는 누구보다 사명감이 투철했다고 한다.
박 소방사의 동료 김모씨는 “힘든 일은 늘 자신이 먼저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장난기 많고 재미있는 동료였지만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대원이었다”고 말했다.
소방 동료들은 두 대원의 희생만큼 더 많은 인명을 구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대원의 상사라고 밝힌 한 소방관은 “위험한 걸 알면서도 사람이 있는 곳이면 뛰어드는 것이 우리 일”이라며 “먼저 떠난 대원들의 몫까지 남은 대원들이 책임지겠다.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순직 소식을 듣고 찾아온 문경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문경에서 60년을 살았다는 김모씨(70대)는 “뉴스를 보고 너무나 착잡한 마음에 빈소를 찾았다”며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소방관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소방서와 두 사람의 고향인 구미·상주소방서 등에 설치된 분향소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경소방서 분향소를 찾은 최모씨(60대)는 “먼저 간 자식을 보내는 슬픔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세상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들을 두신 부모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동락관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수많은 추모객이 모여들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추모 물결을 이뤘다. 김 소방장은 생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누군가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나의 크리스마스를 반납한다’는 게시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 소방교도 지난 2021년 8월 SNS에 “아싸 소방관ㅋㅋㅋㅋㅋㅋ”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소방공무원 신규 채용시험 최종합격자 공고와 자신의 수험번호를 올리며 기뻐하던 모습이 남아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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