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폭탄’ 메탄, 통계 안 잡힌 채 맨홀서 펑펑…“하수처리장 4배”

김정수 기자 2024. 2. 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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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에 잡히지 않고 하수도 맨홀 등으로 배출되는 메탄이 하수처리장에서 집계되는 메탄의 최대 4배에 이를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정수종 교수와 주재원 박사가 중심이 된 연구팀은 서울 관악구를 대상으로 한 현장 연구를 통해, 서울의 하수관망에서 맨홀 등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이 하수처리시설에서 공식 집계되는 배출량의 최대 4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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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수종 교수팀 현장 연구 결과
환경부 “IPCC 가이드라인 없어 공식집계 못해”
도심에 설치돼 있는 맨홀. 게티이미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에 잡히지 않고 하수도 맨홀 등으로 배출되는 메탄이 하수처리장에서 집계되는 메탄의 최대 4배에 이를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메탄은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중요한 온실가스다.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후 이어진 지구 온난화의 30%가 메탄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 중 농도는 이산화탄소의 20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하지만, 단위 질량당 온난화 효과를 나타내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에 비해 100년 기준으로 28배, 20년 기준으로 81배나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배출원이 많아 메탄은 ‘숨겨진 기후폭탄’으로도 불린다. 메탄을 만드는 미생물의 혐기성 부패가 늘상 일어나는 하수관망도 그런 배출원 가운데 하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팀이 이 숨겨진 배출원의 규모를 일부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정수종 교수와 주재원 박사가 중심이 된 연구팀은 서울 관악구를 대상으로 한 현장 연구를 통해, 서울의 하수관망에서 맨홀 등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이 하수처리시설에서 공식 집계되는 배출량의 최대 4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연구 결과를 담은 ‘도시 하수도 네트워크의 메탄 배출량 누락’ 논문은 1일 국제 과학저널 ‘환경 오염’에 실렸다.

연구팀은 메탄 농도를 1초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이동 관측 플랫폼’을 활용해 관악구 봉천·신림·남현동 일대 하수관로 35㎞에 연결된 맨홀 1907개와 우수 유입구 4793개의 메탄 배출량을 측정했다.

2022년 9월부터 2023년 1월 사이 총 29회 진행한 측정은 메탄을 주성분으로 한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가스충전소 등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모두 주요 도로에서 벗어난 주거·상업지역에서 실시됐다. 연구팀은 이렇게 얻은 자료에서 화석연료 속 에탄과 메탄의 농도 관계를 활용해 화석연료의 영향을 뺀 하수관거 메탄 배출량을 구분해냈다.

분석 결과, 관악구에서 하수관망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은 분당 1948ℓ로, 구 전체 메탄 배출량의 87.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배출량은 약 573t이었다. 이는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목록)에 집계돼 있는 서울시 4개 하수처리시설의 2019년 연간 메탄 배출량 3437t의 약 16.7%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서울시의 나머지 24개 자치구가 관악구의 면적당 배출량과 비슷한 비율로 메탄을 배출한다고 가정하면, 누락된 메탄 배출량은 서울시 전체 하수처리장 배출량보다 최대 4배 이상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정수종 교수는 “도시 맨홀에서 배출되고 있는 무시할 수 없는 양의 메탄을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인자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런 누락 배출원으로 인해 우리가 산정하고 있는 많은 국가의 인벤토리 기반 배출량과 실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대기 중 메탄 농도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며 누락 배출원 탐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하수관망의 메탄 배출량이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사용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배출량 산정 가이드라인’에도 맨홀 등으로 배출되는 메탄 산정식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관계자는 “현재 각국이 활용하는 2006년 아이피시시 가이드라인은 물론 가장 최근 나온 2019년 가이드라인 보충서에도 하수관로 배출과 관련된 부분이 없어 산정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하수관 길이를 기준으로 하든 부피, 유량 등으로 하든 방법론을 만들어 제시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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