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브레이크 걸린 中 전기차… 가격 경쟁 불붙나
내수 부진에 올해 성장세 20% 둔화 전망
원자재·배터리값 내려 가격 경쟁 거세질 듯
새해 들어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기차 가격 경쟁이 더욱 격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이 80%가량 급락하면서 중국 배터리 업계는 이를 반영한 ‘반값 배터리’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의 가격 인하 여지가 더욱 확대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일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BYD는 1월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판매량이 20만1493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3% 증가했지만,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보다는 41% 급감한 수준이다. 중국 3대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리오토는 지난해 12월 판매량 5만대 돌파라는 신기록을 썼지만, 올해 1월에는 이보다 38% 줄어든 3만1165대에 그쳤다. 이 외에 아이안(2만4947대·-46%), 립모터(1만2277대·-34%), 샤오펑(8250대·-59%) 등도 전월 대비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를 시작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 안정과 소득 감소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다. 당장 이달도 심상치 않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는 “2월은 영업 기간이 짧고 춘절(중국 설)도 있어 판매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1월 자동차 대리점 재고 경보 지수는 전월 대비 6.8%포인트 상승한 59.9%를 기록했다. 재고 경보 지수는 50%가 기준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시장 수요가 줄어들고 재고 압력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는 올해 중국 본토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 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전기차 업계는 새로운 가격 경쟁을 시작했다. 중국 현지 매체 상관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14일까지 총 8개 전기차 브랜드가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1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내렸다. 리오토 역시 작년 모델인 L7 가격을 3만5000~3만8000위안(약 650만~700만원) 인하해 최초로 20만위안대 판매에 나섰다. 이외 립모터, 네타, 지커 등도 전기차 할인에 나섰다.
원자재, 배터리 가격 추이를 볼 때 가격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이 급락했다. 지난해 연초 톤(t)당 50만위안에 달했던 배터리용 탄산리튬 가격은 연말 9만7000위안(약 1780만원)으로 80% 넘게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31일 기준 t당 9만6000위안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은 이같은 리튬 가격 하락세를 반영해 올해부터 가격을 대폭 낮춘 2.2C(30분내 고속 충전 가능)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배터리 가격은 와트시(Wh)당 0.4위안 미만으로, 1년 전 LFP배터리 가격(0.9위안/Wh)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이 배터리는 10만~20만위안(약 1900만~3700만원)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상관신문은 “업계 분석가들은 탄산리튬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신에너지차 제조 원가도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자동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여지를 더욱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가격 경쟁은 본토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출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전기차 덕에 전 세계 자동차 수출 1위 국가에 올랐다. 특히 신에너지차 수출량이 전년 대비 78% 급증한 120만대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량 10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중국에 1위 자리를 뺏긴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중국 전기차 업체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이 뒤처진 전기차가 세계에 더 보급되면 수출 감소세가 계속돼 앞으로 만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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