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없으면 발전 없다”…마이너리그 생활 자처한 함정우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2. 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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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네시스 대상 함정우
미 2부 콘페리투어 도전 나서
바하마 파나마서 시즌 초반 소화
오랜 꿈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
“가족과 함께 PGA 누비고파”
PGA 콘페리투어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함정우. 함정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23시즌 대상 수상자인 함정우는 지난해 프로 골퍼가 된 뒤 가장 바쁜 한해를 보냈다.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일정은 물론 리브(LIV) 골프 프로모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까지 치렀다.

올해는 더 바쁜 한해가 될 전망이다. PGA 투어의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와 DP월드투어를 병행하기 때문이다. 새시즌 시작도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매년 4월 개막하는 코리안투어와 다르게 1월에 개막전이 열리는 만큼 함정우는 새해를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

올해 콘페리투어 첫 번째와 두 번째 대회를 치른 곳은 바하마다. 카리브해 섬나라인 바하마는 죽기 전에 꼭 한 번쯤은 가볼만한 여행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함정우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PGA 투어 출전권 획득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곳에 온 만큼 함정우는 골프에만 집중했다.

노력한 만큼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첫 번째 대회에서 컷 탈락했고 두 번째 대회는 공동 57위로 마쳤다. 그럼에도 함정우는 환하게 웃었다. 그는 “새로운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기쁘다. 모든 면에서 배운 게 많다”며 “파나마와 콜롬비아에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콘페리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한국 생활을 포기하고 함정우가 콘페리투어 도전을 결정한 건 PGA 투어 진출을 위해서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뒤부터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목표가 PGA 투어인 만큼 함정우는 도전을 결정했다.

그는 “솔직히 정말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기회가 매 번 오는 게 아닌 만큼 가족들과 논의한 뒤 콘페리투어행을 결정했다”며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떨어져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버틸만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성장을 위해서다. 함정우는 “지난해 제네시스 대상을 탔다고 만족하면 성장이 멈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하고 돌아오더라도 도전하는 게 맞다고 판단을 내렸다”며 “2개 대회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골프 인생을 걸고 도전을 결정한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격차가 큰 것처럼 PGA 투어와 콘페리투어 역시 비슷하다. 대회 상금과 골프장, 차량 지원, 식사 등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차원이 다르다.

그중에서도 콘페리투어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엄청난 이동 거리다. 북중미와 남미를 넘나들고 미국에서도 종단 또는 횡단하며 대회장을 다녀야 한다. 지도에서만 보던 생소한 나라를 찾아 다녀야 하는 만큼 몇몇 선수들은 콘페리투어를 세계에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투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함정우는 “1월 중 절반을 바하마에서 보냈다. 2월에는 파나마와 콜롬비아에서 2주 가까이 지냈는데 콘페리투어를 거쳐 PGA 투어에 간 선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에서는 아무리 멀어도 5시간이면 갔는데 콘페리투어에서는 하루 넘게 걸릴 때도 있다. 장거리 이동에 하루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PGA 콘페리투어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함정우. 함정우
지금은 열악한 환경의 콘페리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지만 마스터스, US오픈 등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는 상상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그는 “더CJ컵을 통해 PGA 투어를 처음 경험해봤는데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메이저 대회는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데 어떨지 궁금하다”며 “언젠가는 꼭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내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콘페리투어에서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내는 건 간단하다. 콘페리투어 포인트 3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면 된다. 지난해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콘페리투어 8개 대회 출전권을 받고 올해 일정을 시작한 함정우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하는 과제는 리랭킹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그는 “올해 출전이 보장된 대회가 8개 밖에 없는 만큼 초반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며 “현재 샷과 퍼트감이 나쁘지 않다. 그리고 내 실력이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철저하게 준비해 콘페리투어 포인트 30위에 이내에 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콘페리투어에서 실패한다고 해도 도전은 계속된다. 함정우는 “콘페리투어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출전하려고 한다. 이외에도 DP월드투어 레이스투두바이 상위 10명 안에 들어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한다”며 “제네시스 대상을 타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내 자신을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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