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는 집을 팔아도 안된다고? 이유는 ‘이것’ 때문 [공부 뇌 만들기 프로젝트]
강남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
요즈음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많이 노출되면서 책 읽을 시간이 줄었다는 설명이 있는데, 맞습니다. 또 아이들이 이학원 저학원 다니고 숙제하느라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책 좀 안 읽었다고 해서 국어 성적이 집을 팔아도 안될 정도로 심각하게 나빠질 수 있나요.
사실 가장 큰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닥수’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닥치고 수학을 시킨 탓입니다. 그것도 ‘양치기’로 말입니다. 여기서 양치기란 엄청난 양의 문제를 풀어서 문제유형을 익히고 그 유형에 맞는 풀이법을 바로 떠올리도록 하는 수학공부 방법입니다. 어릴 때 이런 방식으로 수학공부를 많이 시킨 아이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창의성의 바탕이 되는, ‘A를 보면 B를 떠올리는’ 확산적 사고가 현저히 약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수학공부 방식 때문에 확산적 사고가 약해지면 언어능력도 동시에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어릴 때부터 양치기식의 수학공부를 많이할 수록 국어성적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학과 국어, 두 과목을 동시에 다 잘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수십년간 데이터로도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영어유치원을 보낸 것도 국어가 안되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아이들 뇌에서 국어가 영어에 밀려 외국어로 되어있다보니 어휘조차 안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아이들의 뇌는 만 2세 때 신경세포의 연결이 최고조에 달하고 이후 자극이 주어지는 신경세포의 연결은 강화되고,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신경세포의 연결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15세까지 거의 절반 정도 가지치기를 합니다.
이때 자녀교육에서 부모가 조심해야할 것은 아이 뇌에 몇몇 특정 자극만 과잉으로 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엄마 욕심에 무리하게 영어를 시키거나 아이가 싫어하는데도 조기에 수학선행학습을 강요하면 아이 뇌가 그 자극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남겨두지만, 아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로 하는 중요한 다양한 부분들이 자극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아이 뇌는 그 연결망을 가지치기 해버립니다. 이렇게 가지치기를 당한 영역은 아이가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해도, 결정적 시기가 지나버린 지라 쉽사리 회복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는 아이 뇌에 특정 자극보다는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아이가 살면서 어떤 환경에 처할지 모르기 때문에 보험드는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합니다.
이제 집을 팔아도 국어가 안되는 것이 어떤 맥락에서 생겨난 말인지 좀 감이 올겁니다. 실제로 대치동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먼저 영어유치원에 올인하고, 이어서 초등 저학년 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수학공부를 합니다. 그렇게 이미 뇌가 지친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보상이랍시고 책 대신 게임까지 하게 되는 악순환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면 그 결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국어가 안되기 시작합니다. 국어가 뇌자극을 받지 못해 가지치기를 당하기 일보직전입니다. 이쯤되면 국어 때문에 집을 팔정도에 근접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밀고나가면 실제로 고등학교 가서는 집을 팔아도 국어가 안되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국어를 잘 할 수 있는 뇌의 문이 닫혔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그 방법은 다음 글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안진훈 MSC브레인컨설팅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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