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상승에 발목 잡힌 DL이앤씨, 올해는 다를까?
매출 6.6% 늘었는데, 영업익은 33.4% 급감
토목·플랜트 늘렸지만 원가·수익성 개선 과제
증권가서는 "내년까지 이익률 개선 기대"
시공능력평가 6위 건설사인 DL이앤씨가 지난해 씁쓸한 성적표를 냈다.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의 3분의 1이 증발했다. 높아진 주택 비중이 발목을 잡았다.
주택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율이 크게 높아진 데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비중을 늘린 토목, 플랜트 부문마저 원가율이 상승하면서 전체 이익을 깎아 먹었다.
2021년 기업분할 후 12.5%까지 끌어올렸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1%로 3분의 1토막 났다. 수주 곳간은 2조 가까이 키웠으나 수익성 회복이 관건이다. 올해는 건설 경기 악화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 만큼 수익성 높은 사업을 선별 수주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매출 '8조' 분할 후 최대? 영업익 33.4% 급락
DL이앤씨가 지난 1일 공시한 연결재무제표(잠정)에 따르면 이 건설사 2023년 매출액은 7조9945억원으로 2021년 분할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건설업 경기 악화 상황 속에서도 전년(7조4968억원) 대비 6.6%의 성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12억원으로 전년(4970억원) 대비 33.4%나 줄었다. 2021년(9573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률도 곤두박질쳤다. 2021년 12.5%로 높았던 영업이익률은 2022년 6.6%로 급감했고 작년에는 4.1%까지 내려오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원가율이 크게 상승한 영향이 컸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건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주잔고 가운데 주택 비중이 70% 가까이 높아 국내 주택 경기 악화 등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주택사업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토목, 플랜트 비중을 높이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문제는 토목, 플랜트 역시 원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DL이앤씨의 주택부문 원가율은 2022년 86.7%에서 2023년 91.9%로 5.2%포인트 상승했다. 토목 원가율은 같은 기간 86.5%에서 90.5%로 4%포인트 올랐다.
주택 원가율이 지난해 4분기 소폭 낮아지며 안정화하려는 추세인 것과 달리 토목은 2022년 4분기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원가율이 91.5%를 기록하며 주택 원가율(90.9%)을 역전했다.
플랜트 원가율은 79.8%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신규 수주를 늘린 시점에 원가율이 크게 튀면서 전체 원가율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환차손, 투자자산 손실 등도 600억원 넘게 반영됐다.
강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2일 보고서를 통해 "에쓰오일(S-Oil) 샤힌프로젝트 등 국내 플랜트 부문 매출 비중이 증가했지만 오히려 마진은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면서 "플랜트 부문 이익률을 과도하게 추정하고 영업외로 외환 관련 손실 280억원, 투자평가손실 380억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분기별로 따져보면 수익성 악화가 더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 DL이앤씨 매출액은 2조3365억원, 영업이익은 887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대비 각각 27.2%, 10.4% 늘었다.
그러나 2022년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2조2563억원)은 3.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1202억원)은 26.2%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5.3%에서 3.8%로 낮아졌다.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감퇴가 진행 중인 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점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사건·사고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실추가 차후 주택 수요에 장기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재작년 3위까지 끌어올렸던 도급 순위는 3계단 내려 6위까지 떨어졌다.
수주 늘었지만…원가 관리, 수익성 개선 관건
그나마 수주에서 선방했다. 지난해 신규 수주는 전년 대비 25.2% 증가한 14조8894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연간 목표인 14조4000억원을 4000억원 넘게 초과 달성했다. 주택 경기의 극심함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토목, 플랜트 수주를 늘린 것이 유효했다.
특히 토목사업은 설계 차별화로 남해-여수 해저터널을 수주하는 등 전년 대비 142.5% 증가한 1조4290억원을 수주했다. 플랜트사업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사업인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전년 대비 98.2% 증가한 4606억원 수주에 성공했다.
주택 신규수주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2조3881억원 규모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사업 수주를 포함 6조7192억원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6.2%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0월 완전자회사 편입 절차를 시작한 DL건설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3조2806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신규 수주 가운데 주택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2년 77.6%로 80%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낮아졌지만 작년에도 60%를 훌쩍 넘겼다.
특히 당초 수익성 강화를 위해 비중 확대를 계획했던 자체사업(디벨로퍼) 비중을 줄이고 일반도급 비중을 늘린 점도 눈에 띈다. 2021년 분할 당시 DL이앤씨는 2023년 자체사업 비중을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2021년에는 32.5%를 기록하며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다.
그러나 주택 경기 악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사태가 터지면서 지난해 자체사업 비중을 11%(7463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반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도급 비중은 절반 이상(52%, 34549억원)으로 늘렸다.
경쟁사들과 비교해 위험성 높은 보증이 적어 건전성 위험은 낮다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은 커다란 과제다.
올해는 신규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22% 낮춘 11조6000억원으로 잡았다. 반면 매출은 1조원 이상 높은 8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57% 이상 높은 5200억원으로 정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건설경기 부진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수익성 높은 양질의 프로젝트 선별 수주 집중과 원가 관리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영업이익 부진 이유 중 하나로 "DL건설 토목부문 공기지연 이슈 등으로 원가율이 상승한 부분도 있었다"며 "다만 적은 우발부채, 높은 서울·수도권 공급 여력 등을 충족하는 만큼 2024~2025년 높은 이익증가율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DL이앤씨의 착공 가구수는 지난해 이연된 물량 약 5000가구 등을 반영한 1만60가구, DL건설은 7700가구로 예상된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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