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힘 보여준 ‘성난 사람들’…먼 길 돌아서야 해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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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 겸허한 마음도 갖게 됐다."
넷플릭스(OTT) 드라마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이성진 감독은 제 75회 에미상 8관왕에 오른 이후 이런 마음으로 내내 지냈다고 한다.
제2, 제3의 '성난 사람들'은 나올까? 이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삶'이라는 주제 의식은 내 안에 깊게 박혀 있다"며 "앞으로 내놓을 작품에도, 언젠가 만들 영화에도 그 주제 의식을 녹여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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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의 삶은 내 안의 주제 의식”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 겸허한 마음도 갖게 됐다.”
넷플릭스(OTT) 드라마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이성진 감독은 제 75회 에미상 8관왕에 오른 이후 이런 마음으로 내내 지냈다고 한다. 처음 로스앤젤레스(LA)에 왔을 때 1달러조차 겨우 저금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이 순간이 믿기지 않을 법도 하다. 그는 “되게 피곤하다”는 농담 섞인 한마디로 에미상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내비쳤다.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이 감독과 주인공을 맡은 배우 스티븐 연이 2일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났다. 각자 개인 공간에서 접속한 두 사람은 ‘성난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공감대를 형성한 데 특히 감사했다. 스티븐 연은 “‘성난 사람들’을 통해 여러 나라가 깊이 연결되고 유대감을 느끼게 된 것이 좋다. 이런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의 일부가 된 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이 방송영화비평가협회가 선정하는 제 29회 크리틱스초이스에서도 상을 휩쓸며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인기를 모두 거머쥔 것도 보편적인 감정에 주목해서다. 이 감독은 “사람들이 ‘성난 사람들’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인물 속에서 자신의 일부를 볼 수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내 안에 깊이 감춰져 있는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면서 서로 이해하게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난폭운전으로 시작해서 서로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유대감을 느끼며 상호 연결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시작과 끝을 정하고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빈 공간은 중국계 미국인 도급업자 대니 조, 베트남계 미국인 사업가 에이미 라우 등이 채우면서 보편적 감정을 공유하는 이민자 이야기로 완성됐다. 정체성 고민에서 벗어나 그들의 일과 삶, 분노라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비주류였던 이민자 이야기가 미국 주류 사회의 관심사가 됐다. 스티븐 연은 “이민자의 삶은 직접 겪은 이야기여서 잘 알고 있다. 특정한 인물을 참고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민자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면 비슷한 인물이 등장한다. 결국 많은 이들이 공유한 경험이 (드라마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작가 데뷔 이후 소니라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다가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 이후 한국 이름으로 바꿨다. 이민자에게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 영어 이름을 썼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동양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 스티븐 연은 “돌아보면 먼 길을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이 누구인지 조금은 알게 됐다. 어떤 순간에는 분노하고 주어지지 않는 것에 화낼 때도 있었지만 경험할 수 있는 많은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의 자신에게 “마음 편하게 먹어, 다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제2, 제3의 ‘성난 사람들’은 나올까? 이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삶’이라는 주제 의식은 내 안에 깊게 박혀 있다”며 “앞으로 내놓을 작품에도, 언젠가 만들 영화에도 그 주제 의식을 녹여 낼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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