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닌 약자 비난하는 사회에 분노"

황대훈 기자 2024. 2. 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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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누구나 75살이 되면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국가가 권유하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요. 


다음 주 개봉하는 일본 영화 '플랜 75'의 내용인데,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 관객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하야카와 치에 감독을 황대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75세 이상 고령자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지원하는 제도 통칭 '플랜 75'가 오늘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심각해지는 고령화 문제를 대처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공무원들이 친절하게 안락사를 홍보하고, 살길이 막막해진 노인들이 사망 지원금 혜택을 비교하는 장면들. 


영화는 담담하게 그려진 디스토피아의 풍경화 같습니다. 


이번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하야카와 치에 감독은 각본을 쓰는 도중 만난 고령자들에게서 안락사를 지원하는 제도가 실제로 있는 편이 좋겠다는 응답을 자주 들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하야카와 치에 감독 / 영화 '플랜 75'

"공통적으로 꼭 하셨던 말씀이 있는데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이런 분들에게) '죽는 방법이 있습니다'라며 죽음이라는 선택지를 내미는 사회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회 중 우리가 어떤 사회를 추구하는가에 대해 묻고 싶었달까요."


2016년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던 20대 남성이 장애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사가미하라 흉기 난동 사건'이 영화를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장애인은 살 가치가 없다"는 범인의 말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범인의 말이) 그만의 독특한 생각이라기보다는 사회에 이미 내재되어 있던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생산성으로만 판단하려는 풍조가 이미 사회가 존재했기 때문에…."


특히 사회 문제의 책임을 약자에게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초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며 일본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한국 사회와도 무관하지 않은 현실입니다. 


인터뷰: 하야카와 치에 감독 / 영화 '플랜 75'

"상황을 개선시킬 방법을 찾지 못하는 정부에 대해 불만이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고령자들에게 분노나 불만 등의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 같아 굉장히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점점 관용을 잃어가고 있는 사회가 이대로 나아가도 괜찮은지 질문하고 싶었다는 치에 감독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관용적인 사회를 만든다고 강조했습니다. 


"규범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느낀 다음에야 비로소 다른 사람을 공감할 수 있게 되어 관용없는 사회와 반대편에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에 교육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플랜 75'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기획한 옴니버스 영화에 실린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한 겁니다. 


치에 감독은 오는 7일 극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영화에 남긴 여백을 타인을 향한 공감의 상상력으로 채워달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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