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전망치 올랐지만…'첩첩산중' IMF가 전한 충고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 IMF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2024년 첫 전망에서 IMF는 올해 세계경제가 3.1% 성장할 걸로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는 0.2%p 오른 겁니다. 미국과 몇 개의 큰 신흥시장, 개발도상국에서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였고 중국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선 걸 상향 조정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인플레이션도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서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진 걸로 분석했습니다.
IMF "올해 한국 성장률 2.3%"…0.1%p↑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10월 전망치 보다 0.1%p 오른 2.3%에 이를 걸로 예측했습니다. 보고서에 나온 한국 관련 내용은 이게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처한 현실은 어떨까요?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을 만나 보다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먼저 한국 전망이 좋아진 이유를 물었습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가장 큰 이유로 외부 수요가 살아났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개방형 경제로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의 특성상,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이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인 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외 요인 : 중동 사태 ∙ 중국 부동산 위기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이 맞고 있는 대외적, 국내적 위험 요인에 대해 상세히 짚었습니다. 먼저 대외적 요인으로 이스라엘 전쟁에서 비롯된 중동 분쟁을 꼽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영향이 상당히 제한적이었지만 분쟁이 확대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거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개방형 경제를 가진 우리나라는 이런 일들이 단기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즉 장기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로 대표되는 세계 경제의 파편화(fragmentation) 현상도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될 걸로 전망했습니다.
국내 요인 : 가계 부채 ∙ 내수 부진 ∙ 건설 투자 침체
국내적 요인으로는 가계 부채를 꼽았습니다. 한국의 가계 부채는 국내총생산 CDP 대비 약 100%로 높은 편이라며 이를 점진적으로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한국 가계 부채는 주택담보대출과 관련이 있는데 변동 금리인 경우가 많아 금리가 높거나 오를 경우 조정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현재 이런 부분이 시스템 리스크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해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한국의 부진한 내수와 건설 투자 침체도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내수와 건설 투자 침체는 고금리에 따른 역풍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때까지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건설 부분에 대한 영향이 우려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건설 업계의 프로젝트 파이낸싱(특정 사업을 담보로 내주는 대출) 부실 충격이 은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게 봤습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의 자본이 충분하고 유동성도 양호하다며 은행 부문에서 시스템적 영향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비은행권에 보다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2.3%면 꽤 양호…긴축 풀지 말라"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 보면, 지난번보다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다고 좋아할 상황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기회 요인으로 꼽힌 미국과 중국 등의 예상 밖 강한 경제 회복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언제든 나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내년 성장률이 더 낮아질 걸로 이미 예측된 상태입니다. 반도체 경기 호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량과 가격면에서 모두 호전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2022년 정점을 찍었던 슈퍼사이클 때만큼 오를지, 기대에 미칠지 못할지 불확실합니다. 또 설사 슈퍼사이클에 다시 진입한다 해도 특정 품목에 치중한 성장은 '수치상' 효과는 있을지언정 체감 효과는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위험 요인의 경우, 대외 요인 중 하나인 중동 사태가 미국과 영국 등 다국적군의 후티 반군 폭격과 요르단 기지 내 미군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잠시 주춤한 중국의 부동산 위기도 중국 내 집 값 폭등 같은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국내 요인인 내수 침체와 건설 투자 부진 역시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요? 인터뷰 말미 스리니바산 국장에게 물가도 잡고 경기도 살려야 하는 현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한국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가는 걸 보고 싶을 거다. 그전까지는 통화 긴축 정책을 유지하길 원할 것이다. 따라서 금리 조기 인하는 원치 않을 거다. 동시에 나는 2.3% 성장은 꽤 양호한 거라고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잠재성장률이 2% 정도인 한국이 그 정도 성과를 낸다면 나쁘지 않으니 지금 긴축을 푸는 건 좋지 않다는 조언인 셈입니다. 고물가와 고금리 속 팍팍한 삶을 당분간 피하기는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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