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녹음 증거 인정에 교사들 격앙…"공교육 후퇴"
[EBS 뉴스12]
어제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 대해서 벌금 200만 원에 선고유예, 유죄판결이 나왔습니다.
장애아동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몰래 녹음된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건데, 교육계에선 이 사안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광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주호민 씨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
수업 중 몰래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인정할지가 쟁점이었는데 법원은 피해자 측의 정당성을 인정했습니다.
피해아동이 자폐성 장애로 인지능력이나 표현력이 떨어지고, 방어 능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한 겁니다.
재판부는 또,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교실에서 소수의 장애학생만 수업을 듣는 상황이라, 녹음 말고는 학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수업 중 무단 녹음이 법적 증거로 인정되면서 악용의 우려도 커졌다는 건데, 교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녹음방지기를 구입했다"는 반응부터 "절망적이다"라는 격양된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터뷰: 윤미숙 대변인 / 초등교사노동조합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앞으로 그 아이들이 이렇게 녹음기를 가지고 수업에 들어오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나의 발언 하나하나가 다 녹음되고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
앞서, 지난달 대법원은 교사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정서적 학대한 혐의를 받은 사건에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선 정당성을 인정했고,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 싫어"와 같은 표현이 대상을 특정해 미필적으로나마 학대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주호민 씨는 어제 개인방송을 통해 무단 녹음에 대한 거부감은 인정한다면서도 녹음 말고는 방어수단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더 이상 학부모와 교사 사이 갈등을 이어가기보다, 제도개선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주호민 웹툰 작가 (개인방송 중)
"이렇게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진짜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제도적으로 어떻게 해야 해요? 방법을 같이 생각을 했으면 좋겠는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몰래 녹음과 아동학대 신고가 이어져 교원들이 고통받고 교육 현장이 황폐화될까 우려스럽다"고 짚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부가 불법 녹음 및 청취 행위를 막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특수교사노동조합은 오늘 오후 수원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불법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 한데에 유감을 밝힐 예정입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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