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의붓딸 2000번 넘게 성폭행한 계부…피해자는 ‘우을증’·친모는 ‘극단 선택’

1심, 징역 23년

사건 당시 불과 12살이던 어린 의붓딸을 상대로 무려 13년간 2000여회에 걸쳐 성폭행한 계부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피해자는 이 일로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한편 친모는 상상도 못한 참혹한 범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50대 남성 고씨는 의붓딸을 상대로 2008년부터 2090여 회 준강간 범행하고 음란물을 제작해 소지한 혐의를 받는다. 또 사건 당시 아동인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고씨는 의붓딸을 심리적 굴복 상태에 빠뜨려 착취하는 길들이기(그루밍) 수법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의 학대 행위는 뉴질랜드에 이민한 뒤에도 계속됐는데, 뒤늦게 계부의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한 의붓딸이 현지 경찰에 신고했으나 A씨는 한국으로 도주해 작년 10월 충남 천안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1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친족관계에의한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고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25년 부착 명령과 아동·청소년·장애인 기관 각 10년 취업제한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행위 의미를 알지 못하는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했다"며 "최초 범행 당시 열두 살이었던 피해자에게 자신이 친구라며 정신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장소가 주거지와 야외 등 다양하고 가학적 행위를 했으며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손대지 말라'고 했는데도 범행하는 등 파렴치함과 대담함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라며 "피해자는 임신을 걱정하고 죄책감을 느꼈으며 지금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모친이 괴로워하다 생을 마감했고 피해자는 기억을 떠올리며 (법정에서) 상세히 진술하는 2차 가해를 겪었다"면서 "피고인이 뒤늦게 범행을 인정하고 선처를 탄원하지만 상당 기간 사회에서 격리돼 참회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