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동결이 만든 2%대 물가… 농산물이 ‘변수’
전기·가스·수도 물가 상승률 5%대로 내려와
석유류 물가는 전년比 5% 하락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8% 상승하며, 6개월 만에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10월 3.8%를 기록한 이후, 11월 3.3%, 12월 3.2%, 2024년 1월 2.8%로 상승폭이 감소했다.
◇ 유가 내리고, 공공요금 잡았더니 2%대 물가 복귀
1월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감소한 주된 요인은 유가 안정과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 동결 기조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0% 하락했다. 석유류는 지난달 물가상승률을 0.21%포인트(p) 내리는 데 기여했다. 공업제품 상승률은 1.8%로, 전년 동월(6.0%) 대비 상승세가 크게 둔화했다.
지난해 1월 ‘전기·가스요금 폭탄’을 안겼던 공공요금도 상승폭이 크게 줄며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 올랐다. 작년 1월 상승률은 28.3%에 달했다. 당시 전기·가스·수도가 물가 상승률에 미친 기여도만 0.94%포인트(p)에 달했다. 작년 1월 물가 상승률 5.2% 중 1%p 가까이를 전기·가스·수도가 올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달 전기·가스·수도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0.19%p에 그쳤다.
추세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5% 올랐다. 12월에는 2.8%가 오른 바 있다. 미국(3.9%), EU(4.0%) 등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중동지역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는 등 불안 요인은 여전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1월 중순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겨울철 이상기후에 따른 신선식품류 물가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와 관련,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 “최근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등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오전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농산물 등 생활물가도 여전히 높다”며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일 사먹기 무섭네” 설 앞두고 과일 물가는 지속 상승세
정부가 지난해 소주를 포함한 국산 증류주에 붙는 세금을 줄이는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한 후 업체들이 소주 출고가를 내리며 물가상승률을 둔화시키는 일종의 물가상승 방어선 역할을 했다. 소주류 유통 가격 인하 효과 뿐만 아니라, 주류 가격 인상을 빌미로 식당과 주점 등이 외식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일도 줄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4.3%로 상승폭이 줄었다.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2021년 11월(4.1%) 이후 가장 낮았다.
다만 소비자물가가 6개월 만에 2%대에 재진입했음에도 지난해 사과와 배 등 작황이 좋지 않았던 명절 대표 과일들을 필두로 오른 과일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물가 상승을 주도한 신선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4.4% 오르며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상승 폭(14.5%)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10%대를 유지했다. 이는 지난 2022년 7~10월 4개월 연속 10%대를 기록한 것 이후 최장 기간 기록이다.
농수산물 물가 오름세도 심상치않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0% 올랐다. 신선채소와 신선어개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8.9%, 2.0% 상승했다. 신선식품 고물가는 과일 가격이 견인했다. 신선과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5% 상승했다. 2011년 1월(31.9%)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사과(56.8%)와 귤(39.8%) 등 과일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크게 올랐다. 아울러 파(60.8%)·토마토(51.9%)·쌀(11.3%)·딸기(15.5%)·배(41.2%) 등 과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 폭이 컸다.
장보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지난해 사과·배·감 등 고정수요가 높은 과일들의 생산이 동시에 30% 안팎 줄어든 이례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수입과일 할당관세를 인하하는 등 대체과일 공급, 비정형과(못난이) 사과 출하 촉진 등을 통해 과일가격 안정에 힘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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