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재판 중 자폐아는 학대 인지 못한다는 취지 발언 나와…가슴 아팠다"

"특수교육 현장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켰단 비판, 오히려 제도적 개선 고민하는 계기 됐으면 해"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의 1심 판결이 나온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웹툰 작가 겸 주호민씨가 재판 도중 "상대측에서 아이의 지능이 학대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변론이 나왔다"며 "그 부분이 너무 가슴 아팠다"고 토로했습니다.

주씨는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유죄를 선고받은 뒤 오늘(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말 못하는 강아지도 분위기나 이런 걸 읽을 수 있고, 특히 자폐성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그런 부정적인 분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여러 논문이 있다"며 "지능이 낮아서 학대를 모를 것이라는 건 장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발언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어제(1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선고공판에서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A씨는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공판에서 재생된 녹음파일의 일부인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이야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등 A씨의 발언을 '정서 학대'라고 판단해 유죄 선고했습니다.

주씨 부부는 일부 유죄로 인정된 발언을 두고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해자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들"이라며 "너, 싫어 등 단순하고 명확한 표현을 반복 사용하며 부정적 의미나 피고인의 부정적 감정 상태가 피해자에게 그대로 전달됐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주씨 아들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히 해당 발언에 존재한다"며 "특수교사인 피고인의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습니다. 이는 라디오에서 "자폐성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부정적인 분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주씨의 언급과 궤가 같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주씨는 특수교육 현장을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이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한탄이 나온다'던 교원단체들 입장에는 "제도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계기가 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반론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교육시설 내의 CCTV를 통해 드러난 아동학대 사건을 두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등 반응이 나온 적은 없었다고도 주씨는 짚었습니다.

주씨는 "장애아동이 이러한 환경에 있을 때 어떤 방법이 있을지 제도적인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학부모와 학생과 선생님들 사이에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특수교육 현장은 모든 것이 교사 개인과 학부모 개인에게만 맡겨져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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