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먹어서 퇴장 준 것 아니다' 이라크 후세인 정확한 반칙 사유 '경기 지연'... AFC, 이례적 판정 설명

박재호 기자 2024. 2. 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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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아이만 후세인. /AFPBBNews=뉴스1
기뻐하는 요르단 선수단. /AFPBBNews=뉴스1
이라크 축구대표팀 공격수 아이만 후세인(27)이 퇴장을 당한 정확한 사유는 조롱의 골 세리머니가 아닌 '경기 지연'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는 2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후세인의 퇴장은 국제축구평의회 경기 규칙 제12조 반칙과 불법행위 중 '경기 지연 시 징계'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을 살펴보면 선수가 경기 재개를 지연한 경우 반칙으로 간주해 경고나 퇴장 등을 받을 수 있다. 이에 AFC는 "후세인이 받은 두 번째 경고는 경기 규칙상 심판의 올바른 판정이었다"고 설명했다.

AFC가 개별 판정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후세인의 퇴장이 이라크가 아시안컵 16강전에 떨어진 직접적 계기가 되면서 논란이 일자 AFC가 직접 설명에 나선 것이다.

이라크는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후세인이 후반 31분 골을 넣으며 2-1로 앞섰다. 하지만 후세인이 득점 후 경기장을 도는 '산책 세리머니'로 시간을 끌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그라운드에 앉아 잔디를 입에 넣는 시늉을 하며 세리머니를 이어갔다. 앞서 요르단 선수들이 선제골을 넣고 밥 먹는 세리머니르 비꼬는 의도였다. 그러자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전반에 옐로카드를 받았던 후세인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에 놓인 이라크는 이후 요르단에 연속골을 허용하며 2-3으로 역전패했다. 특히 요르단은 후반 추가시간에만 2골을 몰아쳐 승부를 뒤집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요르단 센터백 알 아랍이 상대 문전 혼전 상황에서 골키퍼가 막은 공을 재차 밀어넣어 극장 동점골을 넣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7분리자르 알 라시단이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려 역전골을 터뜨렸고 요르단의 기적같은 승리로 끝이 났다.

아이만 후세인. /AFPBBNews=뉴스1
제수스 카사스 이라크 축구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경기 후 후세인의 옐로카드 판정을 두고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도발과 조롱하는 골 세리머니가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 주를 이었다. 제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주심은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선수에게 레드카드를 주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요르단이 득점에 성공한 뒤 세리머니하는 모습을 봤다. 후세인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카드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후세인은 퇴장 당했다. 교체카드를 모든 쓴 뒤여서 퇴장은 큰 문제를 일으켰다. 선수를 교체할 수 없었다. 요르단전 패배의 책임은 나에게도 있지만 나보다 더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주심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 방송도 "후세인이 퇴장은 믿을 수 없다.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았는데 아마 후세인의 세리머니 때문인 것 같다. 후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주심은 주저하지 않고 카드를 꺼냈다"며 옐로카드 이유를 문제의 세리머니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스포츠전문 켈나우도 "후세인은 허용 한도를 넘어선 세리머니를 펼쳐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는 후세인의 두 번째 경고였고 결국 퇴장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은 과도한 세리머니를 금지하고 있다. 후세인은 오랫동안 세리머니로 시간을 낭비했고 이는 규칙에 위반되는 행동"이라고 전했다. 이어 "골 세리머니는 기쁨을 표현하면서도 과도한 행동을 피해야 하는 균형을 강조한다. 합리적인 세리머니는 허용된다. 하지만 도발적이거나 자극적인 제스처가 있을 경우 심판이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식사를 하는 듯한 후세인의 독특한 세리머니는 두 번째 옐로카드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팬들과 선수들 사이에서도 논란과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전했다.

하지만 AFC가 이날 밝힌 정확한 반칙 사유는 시간끌기였다. AFC는 "후세인이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당한 상황에 대해 수 차례 질의를 받았다. 판정 근거와 포괄적 해석을 제공해 궁금증을 풀어저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라고 전했다.

기뻐하는 이라크 선수들. /AFPBBNews=뉴스1
패배에 아쉬워하는 이라크 선수들. /AFPBBNews=뉴스1
알리레자 파가니 주심(가운데). /AFPBBNews=뉴스1
당시 후세인에게 2번의 옐로카드를 준 이란 태생의 호주 국적 알라레자 파가니 심판을 향해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온라인 상에서 악의적 댓글이 이어졌고 개인 정보도 유출됐다. AFC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파기니의 심판 업무를 중지시켜야 한다는 탄원에 시달렸다.

AFC는 "심판과 선수 등 대회 참가자들을 위협하는 행동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된다. 아시아 축구를 존중하는 행동이 아니다"라며 "심판과 선수 등 대회 참가자들을 향한 위협과 비난, 개인정보 유출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라크를 제압한 요르단은 8강에서 타지키스탄과 맞대결을 펼친다.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무대에 오른 타지키스탄은 돌풍의 팀으로 주목받고 있다. 16강에서는 파울루 벤투 전 한국 감독의 아랍에미리트(UAE)를 무너뜨렸다. 요르단은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경쟁하기도 했다. 당시 2-2로 비긴 요르단은 1승1무1패(승점 4) 조 3위로 16강에 오른 바 있다.

이라크전 승리에 기뻐하는 이라크 선수들. /AFPBBNews=뉴스1
요르단 선수들이 이라크전 기적같은 역전승 이후 격하게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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