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회피 목적 배임' 혐의... SPC 허영인 회장 1심 무죄

법원 "고의 인정 안돼... 주식 평가 적정"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자기 일가의 증여세를 회피하려고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넘긴(배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75) SPC그룹 회장이 1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최경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에게 2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거나, 주식을 헐값에 넘겨 증여세를 줄이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계열사 밀다원(밀가루 생산 업체)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해, 두 회사에 총 179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22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밀다원은 사실상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어 그 매출이 총수 일가에 증여되는 구조였는데, 이 거래를 통해 허 회장 측이 10년간 74억 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게 공소사실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밀다원에 대한 SPC 측의 주식가치 평가는 적정하게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회계법인의 평가 방식이 일반적이었을 뿐 아니라, 허 회장 등이 주식을 평가절하하려는 목적으로 그 과정에 개입했다고 볼 만한 근거 역시 부족하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주장하는 적정양도가액 산정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 계획을 밝혔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밀다원의 주당 가격이 평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점, 이사회 결의 없이 주식양도가 결정되고 실행된 점 등을 고려하면 1심 판결은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SPC 손을 들어주는 법원 판단은 연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고법은 SPC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과징금 647억 원 전액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공정위가 SPC에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지원이 있었다고 보아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이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