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증권사까지 간보는 우리금융, 인수 효과엔 '갸우뚱'
소형사 인수로 라이선스 획득에 만족?
사업기반·인력 등 열위…시너지 '의문'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증권사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우리금융지주가 기존 우선순위로 검토했던 중대형사 대신 소형사까지 다양한 증권사 매물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소형사 인수 시 우리금융 자회사와의 시너지 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 증권사 인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검토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시장에 증권사나 보험사 매물이 나오면 기본적으로 모두 검토하고 있다"며 "특정 매물을 검토하고 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포스증권은 3분기 말 자기자본이 699억원으로, 그간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중소형 증권사인 SK증권(6652억원), 유안타증권(1조5850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9291억원) 등과 비교해 자기자본이 작은 소형사다.
소형사까지 인수 검토...왜?
우리금융은 기존 중대형사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의치 않자 소형 증권사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이후 비은행 강화를 다짐했지만, 우량 증권사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벌써 1년째 답보 상태에 있다.
우리금융이 금융투자업 라이선스를 가진 소형 증권사를 인수하면 브로커리지 등 증권업 핵심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 업계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새로 받는 데 드는 시간이나 비용 대비 기존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이 손쉬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금융 자회사 중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금융투자업 라이선스를 신규 취득해야 한다. 우리종금이 보유한 라이선스가 금융투자업이 아니라 종금업이다. 증권업의 기본이 되는 브로커리지 업무 등을 위한 투자매매업 라이선스 획득을 위한 인가는 사실상 신규 인가 절차를 밟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게 당국 측 설명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종합금융업에서 투자중개업 인가 라이선스를 취득한다는 건 사실상 완전히 신규(취득)로 봐야 할 것"이라며 "종합금융업으로 투자중개업을 취득하는 것이 법령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업무 단위 추가보다는 새로 인가를 받아야 하는 쪽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소형 증권사를 인수하면 금융투자업 라이선스 취득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에 시장은 우리금융이 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진 한국포스증권은 투자중개업, 투자매매업, 신탁업(개인형퇴직연금 한정) 라이선스 등 3개의 금융투자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은 우리종금에 힘을 실으면서 증권업 초석을 다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5월 우리종금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유상증자로 5000억원의 실탄을 추가 확보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우리종금의 자기자본은 1조원을 넘어서면서 중소형 증권사 수준으로 올라섰다.
적당한 증권사 매물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규모가 큰 증권사를 인수해 증권업 강화를 '한방에' 해결하는 대신 소형사를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우량 증권사를 인수해서 당장 좋은 실적을 내길 기대하기보다는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것을 우선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며 "중장기적인 포트폴리오 분산이나 비금융 강화에 대비해 소형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 인수 효과 기대 못 미칠 텐데
문제는 소형 증권사와의 합병 시 증권업 진출은 가능할지 몰라도 기존에 증권사 인수 효과로 기대했던 우리금융 자회사들과의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리테일 영업망을 갖춘 증권사를 인수 우선순위로 꼽아 왔다. 전국 영업점과 고객 수 등을 바탕으로 우리금융 자회사들과 다양한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IB와 WM 등에서 꾸준히 사업을 펼쳤던 규모 있는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라이선스 뿐만 아니라 관련 사업의 자산 및 수익성, 전문 인력 등을 모두 끌어올 수 있어 그간 이자이익에 치우쳤던 우리금융의 수익구조도 다변화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다.
반면 소형 증권사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금융투자업 라이선스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업무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신규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중대형사와 비교해 사업 규모나 인력, 자산 규모가 작기 때문에 단숨에 인수 효과를 내기에도 한계가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에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증권사는 우리금융이 기준으로 삼았던 증권사와 거리감이 있다"라며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를 여러 차례 언급해 왔는데 우량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라이선스 획득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소형 증권사를 우선적으로 인수한 뒤 우량 매물이 나올 경우 증권사를 추가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다른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WM이나 IB부문 등에서 계열사들과의 유기적인 협업을 중요시하고 있는 트렌드"라며 "시장에 우량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작은 증권사를 인수하고 나중에 우량 매물이 나오면 추가적으로 인수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업계는 우리금융이 오는 6일 진행되는 2023년 실적발표에서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