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만을 위한 아찔한 유머와 자극의 편집숍, 'LTNS'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발칙하다. 화끈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토종 OTT 티빙 드라마 'LTNS' 이야기다.
'LTNS' 의 소재는 불륜이다. 불륜 커플을 좇는 부부가 주인공이다. 왜 이 부부는 불륜 커플의 뒤를 밟게 됐을까? 그들은 섹스리스(sexless) 부부다. 대한민국의 적잖은 부부가 그렇다는 통계 조사가 간혹 발표되곤 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제목이 'LTNS', 'Long Time No Sex'다.
대다수는 이를 묵인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LTNS' 의 사무엘(안재홍)과 우진(이솜)은 다르다. 자신들은 섹스 없는 삶이 불만족스러운데, 누군가는 열심히 사랑을 나눈다. 게다가 멀쩡한 가정을 둔 이들이 밖에서도 섹스한다. 집에서도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는 사무엘-우진 부부 입장에서는 집 안팎에서 욕구를 채우는 그들이 고깝다. 그러니 불륜 커플을 뒤좇고 응징한다. 완벽한 논리다.
한때는 그들도 뜨거웠다. 'LTNS' 1회 첫 장면은 연애 시절 몸이 달아오른 두 사람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렇지만 더는 그런 열정이 남아 있지 않다. 사무엘은 욕탕에 몸을 담그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 사이 우진은 야한 콘텐츠를 들고 손을 아래로 향한다. 부부는 그렇게 같은 집, 다른 장소에서 각자의 욕구를 해소한다. 그래도 불만이 말끔히 지워질 순 없다. 그래서 불륜 커플을 단죄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들은 단순한 섹스리스 부부가 아니다. 표면적 모습만 그럴 뿐, 사실 그들은 현 세대를 살고 있는 N포 세대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그들은 아이없이 살아가는 딩크족이다. 딩크(DINK)는 'Double Income, No Kids'의 약자다. 아이는 없지만 둘이 번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풍족해야 하지 않을까?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두 사람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샀다. 대출금 갚기 빠듯한데, 집값은 1억5000만 원이나 빠졌다. 부동산에 집을 내놔도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막다른 길에 다달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계기가 필요하다. 택시운전을 하던 사무엘의 택시가 침수된 게 그 단초가 됐다. 사무엘은 다시 택시를 구하기 위한 돈이 필요해 친구 정수를 찾아간다. 하지만 정수는 이를 거절하고, 대신 자신의 불륜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정수는 말한다. "사랑이 두 개일 수가 있어. 넌 지금 내 말이 이해가 안 갈 텐데, 때가 되면 다 이해를 하게 돼 있어. 명심해라." 이 소식을 접한 우진은 평소 친분이 있는 정수의 아내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고 하고, 정수는 우진을 찾아와 무릎까지 꿇으며 비밀을 유지하는 대가로 3000만 원을 건넨다. 이렇게 쉽게 돈이 벌린다는 사실에 우진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하다. 호텔에서 일하는 우진에게는 불륜 커플로 보이는 이들의 명단을 적은 수첩이 있다. 즉, 그 수첩 속 이들에게서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한다. "우리 이제 이러고 살지 말자."
각 불륜 커플의 사연을 듣는 것도 'LTNS'의 관전 포인트다. 같은 저축은행에서 근무하는 사내 커플은 점심 식사 시간, 차 안에서 사랑을 나눈다. 중년 커플은 등산 중 만났다. 여성은 평생 남편과 아들의 뒷바라지만 해왔다. 그나마 기대던 반려동물이 죽자 마음 붙일 곳이 없다. 그러다 한 남성을 만난다. 이 남성 역시 돈 많은 처가에 기대 사는 처지로 무시 당하기 일쑤다. 그러다 오롯이 서로만 바라보며 기댈 수 있는 대상을 만났다. 그래서 사무엘-우진 부부에게 협박을 받자 그들은 "내 뒤꽁무니나 캐는 선생 인생도 참 딱하다. 돈은 한 푼도 줄 수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사회적 시선 때문에 헤어진 레즈비언 커플이 결혼 후 재회한 사연 역시 흥미롭다.
하지만 'LTNS'가 불륜을 미화하진 않는다. 사내 불륜 커플은 사무엘-우진 부부가 요구하는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툰다. 불륜남의 지질함을 본 불륜녀는 그 즉시 돌아선다. 중년 불륜남 역시 "바람이 들통나면 탈탈 털려 쫓겨난다"고 토로한다. 레즈비언 불륜 커플 중 결혼한 여성은 요구 사항이 많은 시어머니의 전화 한 통에 벌벌 대며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다. 결코 그들이 도덕적일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하는 셈이다.
'LTNS'는 또 다른 의미에서 범죄극이다. 코미디로 포장되기는 하지만, 사무엘-우진 부부가 불륜 폭로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협박, 공갈, 갈취 행위다. 실제로 그들은 적잖은 돈을 뜯어내고, 이를 마음껏 쓴다. 드라마이기에 웃으면서 볼 수 있지만, TV 밖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곧바로 쇠고랑을 찬다.
그래서 'LTNS'는 사무엘-우진 부부 역시 정당화하지 않는다. 사무엘은 돈을 받으러 갔다가 중년 불륜남으로부터 흠씬 두들겨 맞는다. 중년 불륜남은 "사진을 잘 찍는 것 같다"며 사진 작가 계약금 명목으로 사무엘이 요구한 돈을 주지만 그 대가로 폭행당한 사무엘은 치아가 2개나 빠진다.
우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레즈비언 커플 중 한 명은 스턴트우먼이다. 사무엘-우진이 요구한 금품을 받은 뒤 도주하지만 오토바이를 탄 스턴트우먼은 더 빠르다. 우진 역시 붙잡혀 매타작을 당한다. 불륜 커플을 응징한다는 이유로 불법 행위를 일삼는 사무엘-우진 부부를 작가·PD가 응징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LTNS'는 불륜을 소재로 한 기존 드라마는 결이 다르다. 불륜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인공이 화끈하게 복수하는 식의 전형성에서 탈피한다. 섹스를 삶에 빗대어 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나눈다. "내 주제에 바람은 무슨 바람이야? 바람도 여유가 있어야 피우는 거지"라는 사무엘의 웃픈(웃기고 슬픈) 항변이 남일 같지 않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LTNS'의 표현 수위도 기존 TV 드라마를 뛰어넘는다. 진한 키스신을 비롯해 오럴 섹스, 동성애 장면이 여과없이 등장한다. 성(性)과 관련된 각종 화장실 유머 역시 코미디극의 테두리 안에서 적절히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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