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글로벌 인기, ‘우리’의 경험 녹인 진실성 덕분”[스경X현장]

김원희 기자 2024. 2. 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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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이성진 감독(왼쪽)과 출연 배우 스티븐 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 스틸



‘성난 사람들’ 주역들이 글로벌 인기의 이유로 진실성을 꼽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성난 사람들’ 기자간담회가 2일 온라인 화상 연결을 통해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성진 감독과 주인공 대니 역의 스티븐 연이 자리했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 대니 조(스티븐 연)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에이미 라우(앨리 웡)사이 난폭 운전이 벌어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달 15일 개최된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분 작품상, 감독상, 작가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총 8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배우 스티븐 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 스틸



스티븐 연은 먼저 “이러한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었고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여러 나라가 깊이 연결돼 있고, 인류로서 유대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티븐연은 골든글로브에 이어 에미상에서도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이는 한국계이자 아시아 배우로서 최초 기록이기도 하다.

수상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그는 “이런 것들을 예상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일어나길 희망할 뿐”이라며 “처음 공개됐을 때 ‘작품을 보고 어떻게 반응하고 느끼는지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더 시사점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 것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의도에 자신감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많은 관심을 받았을 때 깊이 느낀 것은 감사함이었다. 진실이라고 믿는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또 그것에 반응해 줘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이성진 감독.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 스틸



이 감독은 “어느 날은 ‘우리 작품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우리가 모든 상을 다 탈 것’이라고 느낀다. 지금은 그 중간 어디쯤 있다”며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눈앞에 닥친 일들 때문에 그 과정을 즐기는 법을 잊기도 한다. 운이 좋게도 스티븐 연이나 앨리 웡처럼 가까운 친구들과 일할 수 있었고, 많은 분이 제가 즐기지 못하게 될 때도 땅에 발을 붙이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고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또 작품 수상 후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묻자 한국어로 “피곤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함께 하는 공동체와 동료들, 또 예술가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어땠고, 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수상 소감을 말할 때도 잠깐의 순간이지만 제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배우 스티븐 연(왼쪽)과 이성진 감독.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 스틸



‘성난 사람들’은 주인공인 한국인 이민자인 대니 조와 베트남계 미국인 에이미 라우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이민자와 그 자손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해 더욱 주목받았다. 특히 이 감독과 스티븐 연을 비롯해 다수의 한국계 미국인이 출연하고 참여해 그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국내에서 더 큰 공감과 호응을 이끌기도 했다.

이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걸 전면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유기적으로 이야기 전개 안에 잘 녹인 것 같다. 스티븐 연이나, 앨리 웡, 또 많은 작가와 디렉터 등과 이야기를 나눈 게 아이디어 단계부터 영향을 미쳤다. 스티븐 연과도 서로의 경험을 얘기하며 웃었고, ‘그걸 쇼에 넣자’ 했던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또 “특정한 누구의 경험이 어떤 장면으로 나왔다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우리의 경험들이 제3의 경험으로 변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난폭운전으로 시작해 서로의 어둠을 의식하고 상호 연결이 되는 것,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확실히 알고 있었고, 그 과정을 최대한 진실하게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배우 스티븐 연(오른쪽)과 이성진 감독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넷플릭스



스티븐 연 역시 “대니는 우리 모두 가진 수치심을 집약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특징적 차별점은 무력하다는 것”이라고 소개하며, “이민자 연기는 직접 겪어서 아는 부분이 컸고, 또 이성진 감독이나 앨리 웡 등의 이야기도 많이 도움이 됐다. 그 이야기가 소재 자체로 활용된 것은 아니고, 서로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그런 많은 이의 경험에 진실성을 담아내는 과정 자체가 우리의 창작활동이자 표현의 방식이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들이라는 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또다시 많은 이의 공감대를 살 작품으로 돌아오겠다며 인사를 전했다. 그는 “지난해 8월과 10월에 한국에 들어가서 가족과 친구뿐만 아니라 처음 뵙는 분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기뻤다”며 “내 작품이 보편적인 이야기 하고 있으며,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 공감을 이뤘다는 점이 특별하다. 조만간 또 많은 이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다른 작품으로 돌아오겠다”고 전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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