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 스트레스 받아야 할 것"…더 이상의 '봄데'는 없다, 돌아온 '87승 레전드'의 강력한 메시지 [MD괌]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투수들 스트레스 받아야 할 것"
롯데 자이언츠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괌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2024년 스프링캠프 첫 훈련을 소화했다. 롯데 선수단은 당초 1일 오전부터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새벽 3시께 숙소에 도착한 탓에 휴식을 취한 뒤 오후부터 본격 훈련에 돌입했다.
스프링캠프 첫 훈련, 지난 겨울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보다 더 일찍 투수들을 불러모은 이가 있었다. 바로 '롯데 레전드' 주형광 코치였다. 주형광 코치는 지난 1994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2007년을 끝으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롯데를 대표하는 레전드를 꼽으라면 최동원, 염종석, 이대호 등과 함께 거론되는 인물이다.
주형광 코치는 1994년 데뷔 첫 시즌부터 28경기(4완투, 1완봉)에 등판해 11승 5패 평균자책점 3.04의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30경기에 나서 무려 200⅓이닝을 먹어치웠고, 10승 7패 평균자책점 3.05의 성적을 남겼는데, 그해 롯데가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는데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1996년 그야말로 '압권'의 시즌을 보냈다.
데뷔 3년차인 주형광 코치는 1996년 30경기에 출전해 10번의 완투를 기록하며 216⅔이닝을 소화, 18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6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는 등 롯데에서만 14시즌을 뛰며 386경기에 출전해 87승 82패 22홀드 9세이브 평균자책점 3.83의 성적을 남긴 '원클럽맨 레전드'다. 주형광 코치는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이후에도 줄곧 롯데 유니폼만 입었다.
주형광 코치는 2008년 '자매구단' 치바롯데 마린스에서 코치 연수를 다녀온 뒤 2009년부터 롯데의 코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형광 코치는 1~3군을 막론하고 투수들의 육성에 큰 힘을 보탰고, 2019시즌을 끝으로 롯데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2023시즌이 끝난 뒤 롯데가 김태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안겼고, 사령탑은 주형광 코치에게 러브콜을 보낸 결과 올해 롯데의 1군 투수코치를 맡게 됐다.
김태형 감독과 선수단의 미팅에 앞서 먼저 투수들을 불러 모은 주형광 코치의 멘트는 하나하나가 모두 묵직했다. 주형광 코치는 투수들을 향해 "투수들이 잘 받쳐줘야 8~9월에도 팀이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작년보다 (캠프에서) 많이 던질 것이다. 모두가 경쟁"이라며 강도 높은 훈련과 함께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레전드' 출신의 코치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있었다. 6시즌 연속 롯데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투수들과의 미팅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주형광 코치는 "5년 만에 돌아와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 문을 열더니 "지난 몇 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못 나가면서 선수들 내에서도 실망을 했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나는 원래 센 것과 많이 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뛰는 것은 트레이닝 코치들과 상의를 할 것이지만, 투구적인 부분에서는 투수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 롯데의 투수 뎁스가 좋은 것은 맞지만, 결국 6년 연속 롯데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점은 결국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했다는 반증이다. 주형광 코치는 "지금 김원중, 구승민, 최준용, 박진형, 김상수 등 1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은 많다. 이 부분은 좋지만, 반대로 멀티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은 부족한 것 같다. 2~3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옛날처럼 주구장창 던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컨디션을 체크해 가면서 선수들의 몸이 (멀티이닝을) 인지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을 비롯해 코치로써도 롯데에만 몸담았던 만큼 그 누구보다 롯데를 잘 파악하고 있기에 주형광 코치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이번 캠프를 통해 선수들의 멘탈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항상 롯데는 시즌 초반에 반짝했다가 여름이 되고, 후반이 되면 순위 지표가 내려와 있는 것을 반복했다. 이로 인해 심리적인 압박감이 많을 것이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컨트롤해서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고, 실력을 충분히 표출하게 만드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는 이번 겨울 투수 뎁스가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군 복무를 마친 박진형이 돌아왔고, 베테랑 진해수도 올해부터는 롯데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주형광 코치는 "시즌 초반에 좋았다가 한두 번 연패를 해버리면 '또 떨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것이 몇 년 동안 반복돼 왔다"면서도 "분명 선수들의 뎁스는 좋다. (새로운 선수들의 합류로) 활용도도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들을 얼만큼 잘 활용하는지가 나와 (김태형) 감독님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지난해 7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선발 평균자책점은 3.83으로 10개 구단 중 3위로 좋았다. 반면 불펜은 평균자책점이 4.63으로 리그 7위에 머물렀다. 선발과 불펜의 편차가 컸다. 5년 만에 다시 고향팀으로 돌아온 주형광 코치가 지난해보다 나아진 마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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