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에 “민주당 신의라곤 없어”

문광호 기자 2024. 2. 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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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회 내 합의 어려울 듯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국민의힘은 2일 더불어민주당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에 합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신의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언제라도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미 법이 시행돼 되돌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해 21대 국회 내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어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를 끝내 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이 과연 민생을 책임지는 국민의 공당이 맞는지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800만 근로자와 83만 중소기업, 영세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해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2년 더 유예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민주당에 할 수 있는 모든 양보를 다 했다”며 “정부와 여당이 (민주당의) 조건을 충족하니 민주당은 산업안전청 설립을 새로 최종조건이라며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정협의를 통해 또다시 마지막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자신들이 요구한 그 안마저도 걷어차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신의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총선 때 양대노총 지지를 위해 800만 노동자를 위기에 빠뜨린 것은 운동권 특유의 냉혹한 마키아벨리즘”이라며 “이 법이 1월27일부터 확대적용되면서 이분들 모두 잠재적 범죄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이 다른 협상안을 제시해온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도 이거 유예하고 싶을 것”이라며 “정치는 협상이니 저희는 명분을 드린 것인데 의원총회에서도 관철 못하시네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는 민주당의 누구와 정치를 해야 되나”라며 “중대재해를 막아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 저는 100%가 아니라 1000% 공감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이 과연 그거(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할 수 있나.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서 전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의원총회 반대 의견 중) 법안이 시행된 이후 다시 멈춘다는 것은 원칙적이지 않다는 게 가장 컸다”며 “법 시행 이후 실제 산업재해가 2건이 연달아 발생하지 않았나. 정부가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을 (제안)했는데 내용이 지나치게 핵심적인 내용을 제외한 상태여서 사실상 유명무실할 것이라는 우려들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일단 법이 시행됐는데 다시 법을 또 유예한다는 것이 과연 맞나. 시기적으로 너무 시기를 놓친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으로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 부분은 과도하게 확산돼 있다”며 “50인 미만 (기업) 중 법이 적용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의 기업은 14% 정도”라며 “동네빵집, 식당, 카페 등이 관계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대산업재해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뜻한다. 2021년 법 통과 당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시행 후 2년 간의 적용 유예 기간을 뒀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1월23일부터 50인 미만 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연장과 관련해 ‘지난 2년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정부의 공식 사과’, ‘유예기간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 안전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경제단체의 2년 후 법 적용 약속’ 등 3가지를 요구해왔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3가지 요구 중 재정지원 방안에 대해서만 지난해 12월27일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민주당은 대책이 미흡하다며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산재예방 예산 2조원 확보를 재차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이 최종 거부하면서 지난 27일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이 적용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1일 2년 뒤 산업안전보건지원청 설치를 제안하며 재협상에 나섰지만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반대로 입장을 정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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