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크게 팍팍 올려' 의정활동비 대폭 인상하는 전북 지자체들

유영규 기자 2024. 2. 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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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자마자 전북특별자치도 지방의회들이 기다렸다는 듯 의정 활동비 대폭 인상에 나섰습니다.

전북 14개 시군 중 3곳을 제외한 11곳이 의정 활동비를 법정 최대액으로 인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의원들의 잇따른 물의나 지자체 재정난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익산시와 임실·순창군을 제외한 11개 시군과 전북자치도는 의정비심의위원회 1차 회의를 마쳤습니다.

지자체마다 회의를 통해 도의원은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시군 의원은 월 11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의정 활동비를 늘리기로 잠정 합의했습니다.

올해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방의원의 의정 활동비가 인상됐는데 모두 법정 최대액인 월 150만 원(시군 의원)이나 200만 원(도의원)까지 증액하기로 한 것입니다.

의원들은 매달 의정 활동비를 포함해 기본급에 해당하는 월정수당을 받습니다.

인상분을 적용하면 시군 의원은 연 4천500만 원 안팎, 도의원은 연 6천250만 원가량을 받습니다.

익산시와 임실·순창군은 이달 내에 심의회의를 개최해 의정비 인상안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지자체 의정비 심의회의록을 분석하면 위원들은 '의정비 현실화', '의원 사기 진작' 등을 인상 이유로 들었습니다.

도 심의회의에 참석한 A 위원은 "20년 동안 의정비가 오르지 않았지만,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많아졌다"며 "의원들이 현장에서 펼치는 의정활동은 (시민 삶 등에) 좋기 때문에 올리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증액 의견을 냈습니다.

부안군 심의회의에 참석한 B 위원은 "재정자립도가 다른 시군에 비해 낮지 않고, 의원들의 사기 문제도 있기 때문에 최고액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심의위원 일부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일단 최대액까지 올린 뒤 여론의 추이를 보자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창군 심의회의록을 보면 C 위원이 "일단 150만 원으로 인상하는 거로 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제안하자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이의가 없다"며 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지자체의 재정 능력을 고려해 의정 활동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심의회의에서는 최대액까지 인상해야 근거나 군의 재정자립도가 어떤지 등은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습니다.

김제시에서는 2020년 의원들이 '불륜 스캔들'로 물의를 빚은 점을 감안해 월 30만 원가량만 인상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다수 의견에 묻혔습니다.

지난달 19일 열린 심의회의에서 2명의 위원이 "시의회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 최대액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위원들은 "어차피 올려줄 거 통 크게, 깔끔하게 올려주면 좋겠다. 의원 질책은 시민들에게 직접 받는 걸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의원들의 사건사고가 많아 조심스럽지만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최고치로 올려줬으면 한다", "어차피 이장 월급도 10만 원씩 오르고 했으니 40만 원 인상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1차 회의에서 잠정 결정된 인상안은 지자체별로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 주민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다음 달 최종 결정됩니다.

아직 의정 활동비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과도한 의정비 인상 추진에 시민단체들은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조사에서 군산과 김제는 4등급에 그치는 등 시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고 전북자치도 역시 재정자립도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최하위인 만큼 이런 인상은 적절치 않다는 것입니다.

신인철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부위원장은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해당 지자체의 재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정 활동비를 인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고려 없이 상한액을 마치 권고액인 것처럼 법정 최대액까지 올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주시의 경우 의원들의 음주운전과 비위 등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이번 의정 활동비 인상안이 다수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참여자치 군산시민연대도 논평을 내고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의원들의 의정 활동비를 월 40만 원 인상하는 것이 맞냐"라며 "인상안에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김제시 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록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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