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저가 양도 혐의 허영인 SPC 회장 1심 무죄…“억울함 풀어 감사”

2024. 2. 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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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다원 저가 양도 혐의 1심
2011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피하기 위해
삼립SPC가 파리크라상·샤니 보유 지분 인수
법원 “증여세 회피 전제 납득 안대”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허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주요 생산 계열사 주식을 SPC삼립에 저가로 양도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적정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물론 SPC그룹 관계자들의 의도, 저가 양도로 얻게 되는 허 회장의 경제상의 이익 등 검찰의 주장을 모두 부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최경서)는 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허 회장과 조 전 총괄사장, 황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일찌감치 법원에 출석해 재판에 임했다. 허 회장은 무죄를 선고 받은 이후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 없이 “수고하셨다”며 짤막한 인사를 건네고 법원을 나섰다.

SPC그룹은 2008년 파리크라상, 샤니 등 계열사를 통해 밀가루 제조사 밀다원을 인수했다. SPC그룹은 밀다원의 밀가루를 SPC삼립이 구매해 계열사에 판매해 방식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꾀했다. 이후 2011년 12월 28일 SPC삼립이 계열사 보유 밀다원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배 구조를 개편했다. 2012년 1월 시행을 앞둔 개정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지분 구조 상 SPC삼립을 경유한 공급 경로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과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SPC삼립이 밀다원의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현저히 낮은 255원으로 평가한 점이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검찰이 제시한 적정가격은 1595원이었다. 밀다원의 2009년, 2011년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와 설비 투자에 따라 2012년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매출을 고안해 ‘추정이익’을 반영한 평가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허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임세준 기자

하지만 1심 재판부는 SPC그룹이 산정한 밀다원 주가가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SPC그룹은) 특수관계인 사이에서 비상장회사 주식을 거래할 경우 사용되는 보편적 평가방법에 해당해 문제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상증자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검찰이 주장하는 추정이익으로 계산해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밀다원의 매출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완전한 계열사로 편입한 삼립식품이 그룹 내 공급망을 통합하면서 판로를 적극 확보하고 밀다원에 낮은 판매 마진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며 “검찰이 주장하는 추정이익을 반영하는 방법이 이 사건 평가방법에 비해 더 합리적이라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2012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도입을 앞두고 지배구조를 개편한 것을 ‘세금 회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는 부의 편법적 이전이 가능한 지배구조 내지는 거래구조를 막기 위한 것이다. 지배 구조를 개선하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변칙적 부의 이전이 가능했던 기존 지배구조 해소를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 구조 유지는 편법적 지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PC 관계자는 “오해와 억울함을 풀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글로벌 사업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식품기업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바른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PC그룹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647억원도 취소됐다. 공정위는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SPC삼립 그룹 통행세 거래 ▷샤니 판매망 저가 양도 및 상표권 무상제공이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재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SPC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부당지원 행위가 총수일가 지배력을 유지하고 경영권 승계를 도모했다고 볼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통행세 거래와 샤니 판매망 저가 양도 및 상표권 무상 제공 등에 관련 검찰 수사는 2023년 6월 무혐으로 종결됐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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