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거대한 염탐꾼이 13층 창가에…뉴요커들은 이 부엉이를 사랑해

곽윤섭 기자 2024. 2. 2. 12: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에이비시 뉴스를 비롯한 미국의 언론들이 최근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수리부엉이 플라코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플라코의 탈출과 뉴욕 적응, 뉴요커들의 사랑 등 이 매혹적인 이야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토]
지난해 11월 극작가 낸 나이튼의 창 밖에 출현한 플라코. 낸 나이튼 촬영. 위키피디아 공정이용.
누가 이 수리부엉이를 풀어줬나? 여전히 수수께끼

미국 에이비시 뉴스를 비롯한 미국의 언론들이 최근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수리부엉이 플라코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플라코는 정확히 1년 전인 2023년 2월2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빠져나왔다. 혼자서 탈출한 것은 아니다. 그날 밤 아직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누군가가 날개를 펼치면 2m에 달하는 거대한 유라시아 수리부엉이의 우리에 접근해 철망에 구멍을 뚫었다. 2010년 노스캐롤라이나 조류보호구역에서 태어나 같은 해 연말 이 동물원으로 와 가짜 바위와 나뭇가지 몇 개, 페인트로 칠한 배경이 있는 미니밴 크기만 한 우리에 갇혀 13년간 살았던 플라코는 바로 동물원을 벗어나 5번가의 보행자와 경찰을 향해 커다란 주황색 눈을 깜빡이며 밤하늘을 날았다.

탈출 직후 동물원 쪽에서는 플라코를 다시 잡으려는 시도를 했다. 이날 플라코는 거의 잡힐 뻔했으나 스스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위키피디아 공정이용.

플라코의 탈출은 곧장 뉴요커들과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탈출 일주일 후 공원의 쥐를 잡아먹는 모습이 목격되었고 이후 숱한 목격담이 전해졌다. 초기엔 동물원 관계자들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플라코를 다시 잡으려고 시도했으나 몇 번 실패했으며 곧장 플라코를 잡지 말라는 청원 운동이 벌어졌다. 동물원 쪽에서는 플라코가 규칙적인 사냥을 하고 13년이나 갇혀있었음에도 비행기술이 신속히 향상된 것을 확인한 뒤 그를 잡으려는 시도를 중단했다.

이제 동물원 관계자뿐만 아니라 많은 뉴요커들은 쥐약을 먹은 쥐나, 유리건물 등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다. 거의 9개월 동안 동물원이 있던 센트럴 파크 근처에서 살던 플라코는 이제 맨해튼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그사이에 숱한 팬덤을 형성한 플라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리부엉이가 되었다.

2023년 4월 28일 뉴욕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수리부엉이 플라코. 플라코 탈출 1년을 맞아 미국의 많은 언론이 자유를 찾은 수리부엉이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데비빗 레이 촬영. AP 연합뉴스

시인이자 토니상 후보에 오른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극작가인 낸 나이튼은 지난해 11월14일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13층 아파트 부엌 창밖을 내다보다가 좁은 난간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장엄하게 생긴 수리부엉이를 보기 전까지는 플라코의 처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 처음엔 깜짝 놀랐던 나이튼은 에이비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플라코의 탈출과 뉴욕 적응, 뉴요커들의 사랑 등 이 매혹적인 이야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지난해 4월 프랑스의 르 몽드는 “이 새의 이야기는 월트 디즈니의 각본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플라코를 소개했다. 3월에는 심야 토크쇼의 진행자 세스 마이어스가 “모든 뉴요커가 센트럴 파크에 살고 싶어 하는데, 갑자기 이 녀석이 한 푼도 내지 않고 센트럴 파크에 살고 있다”라고 유머를 날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월에 사람들의 창문을 훔쳐보는 새로운 습관 때문에 플라코를 관음증 환자로 묘사하는 기사를 게재하자, 더 레이트 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고개를 360도 돌리는 것이 두 번째로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1월8일 데이빗 레이가 촬영한 플라코. 1년 전 센트럴파크 동물원을 빠져나온 플라코는 낮에는 맨해튼에서 휴식을 취하고 밤에는 급수탑 위에서 울음소리를 내면서 뉴욕의 수많은 쥐를 잡아먹으면서 살고 있다. AP 연합뉴스

X 계정 맨해튼 버드 얼럿을 운영하며 새의 행방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배럿은 “평생을 갇혀 살다가 며칠 만에 스스로 날고 쥐를 사냥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는 나의 영웅이다. 누가 그를 풀어주었는지 혹은 그 일이 범죄인지 아닌지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저 플라코가 여기 뉴욕에 있어서 기쁠 뿐이다”라고 말했다. 뉴요커들은 오늘 밤도 브로드웨이에 울려 퍼질 수리부엉이 특유의 울음소리를 기다린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