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수상 이성진 감독 "내밀한 어두움이 결국 이해되고 유대되는 과정, 전세계에 통했다" [인터뷰M]

김경희 2024. 2. 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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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한국인 최초로 에미상 작품상과 이정재에 이은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의 주역 이성진 감독과 스티븐 연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은 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이성진), 작가상(이성진),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 캐스팅상, 의상상, 편집상의 8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 전 세계적인 호평과 인기의 비결에 대해 이성진 감독은 "아마도 작품 속에 보이는 캐릭터들에 시청자들이 자신을 투영해서라 생각한다. 이건 출연하는 배우들과 처음부터 많은 이야기를 했던 부분으로 나는 굉장히 솔직하고 각자의 마음속 가장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서로의 어둠을 보며 상대와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시청자마다 느끼는 건 다르겠지만 저는 이런 게 마음에 와닿았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작품의 핵심을 짚어냈다.

작품이 흥행하고 인기가 있었기에 수많은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고 결국 시상식의 끝장판 격인 에미상에서의 수상까지 하게 된 것. 이런 과정에 대해 이성진 감독은 "뭔가를 창조하는 과정 중에는 눈앞에 닥치는 게 많아서 그 과정을 즐기는 법을 잊게 된다. 그런데 저는 운 좋게 가까운 친구들과 일할 기회가 많았다. 그들이 저로 하여금 땅에 발 붙일 수 있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줬다"는 말로 과정을 회상했다.

'성난 사람들'은 8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3관왕 달성에 이어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무려 8관왕을 차지했다. 이런 성과를 예상했었냐는 질문에 이성진 감독은 "항상 나를 괴롭히는 의심 중의 하나였다. 어느 날은 누가 나를 봐주겠냐는 생각을 하다가도 어느 날은 모든 상을 다 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는 말로 극과 극을 오가는 상상과 기대를 하며 작품을 만들고 결과를 받아들였음을 이야기했다.

에미상 수상 이후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냐는 질문에 그는 "되게 피곤하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물론 너무 좋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동료들과 존경했던 예술가에게 인정받는 건 감사하다.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오게 됐는지 많이 생각해 봤는데 감사하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소감을 말씀드릴 때도 많이 겸허했고 감사한 마음이 컸다."라며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살고 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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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사람들'은 이성진 감독 개인의 난폭운전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일부는 그렇다. 그 사람이 흰색 SUV를 타고 있었고, BMW x3였다. 극 중에서는 벤츠 GLC로 나오긴 하지만 그 정도가 사실 제가 기억하는 팩트로는 전부다. 결과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 사람에게 너무 감사하다. 그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 작품이 나올 리가 없고 오늘 이렇게 앉아서 대화할 일도 없지 않았겠나. 생각해 보면 인생이 정말 희한하다"는 말을 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민자의 상황으로 연결시켜 작품을 만들어 낸 이성진 감독은 "영상 매체를 제작하는 건 굉장히 많은 협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작가진도 꾸렸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수집했다. 스티븐 연과도 전화통화를 많이 하며 서로 한인 교회에서의 찬양팀 이야기를 하며 정말 많이 웃기도 했다. 그때 저도 기타 치며 노래했었나, 어떤 노래했었나를 이야기 나누며 이 내용을 작품에 넣어야겠다는 말도 했었다. 저희의 개인적인 경험뿐 아니라 작가진들의 경험까지 한데 모여서 거대한 파워가 생겨났다. 딱 누구의 경험이 어디에 어떤 장면으로 나왔는지를 일일이 짚어낼 수 없지만 때로는 그 이야기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변화해 작품에 녹여지기도 했다."며 창작 과정이 몹시도 즐거웠음을 회상하며 웃음을 지었다.

이성진 감독은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어떤 에피소드를 넣자고 결정을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해서 만들어 낸 작품은 자기 스스로 전혀 다른 것으로 변모하더라."라며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경험과 문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에 더욱 흥미롭다는 말을 덧붙였다.

앞서 '성난 사람들'을 통해 사람들의 가장 어두운 면을 조명하고 싶었다는 이성진 감독은 "저희가 원한 건 솔직한 캐릭터를 그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의 시작은 난폭운전이었지만 마지막은 서로의 어둠을 의식하고 서로 유대를 느끼는 상호작용으로 두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과 끝은 확실하게 정하고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그려나가는 데 있어서는 최대한 진실하자고 생각했다."며 이 작품의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며 기준으로 삼았던 것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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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작품의 메시지는 사실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 사람들이 각자 느낀 점을 이야기해 줄 때 진짜 제가 그런 메시지를 담으려 했던 부분도 있고 아니면 의도치 않은 메시지를 읽어주실 때도 있더라. 그런 게 너무 재미있더라."라며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메시지를 선언하기보다 시청자의 다양한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를 다니고 다시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성진 감독은 커리어 중반까지도 '써니'라는 이름을 썼지만 결국은 이성진이라는 한국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름과 관련해 한국계로 미국에서 창작활동을 하며 어떤 고민이 있으며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 큰 질문이어서 간단하게 답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많은 답을 작품 속에 담았다. 정체성이나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해 우리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한국계 미국인 캐릭터들이 나오니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이 녹여져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며 "앞으로 제가 만들 작품에도 그런 이야기가 많을 것이고 언젠가 만들 영화에도 그런 이야기를 녹여내고 싶다. 늘 이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하는 건 아닌데 미국에서 한국계로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깊게 제 존재 자체에 뿌리 박혀있는 생각거리"라며 아직 정답을 내리기엔 이른 어려운 정체성에 대한 질문임을 피력했다.

에미상 시상식 수상소감으로 "넷플릭스 팀에 한국인이나 아시아인들이 많아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고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라고 했던 이성진 감독이다. 그는 "예전에는 한인 교회를 그리는 부분에 대해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추가 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때로는 오히려 저보다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어서 어떤 장면의 경우 너무 자제하지 말고 있는 대로 더 구체적으로 쓰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파트너로부터 그런 전폭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건 놀랍고 감사한 일이었다."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아서 감사했는지를 이야기했다.

이성진 감독은 "한국에서도 많은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셔서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 지난해 8월 10월에 한국에 방문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국계 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 분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경험이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다. 조만간 또 다른 작품을 선보일 텐데 그 작품을 통해서도 어떤 감정을 느끼시게 될지 기대가 된다."라며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두 사람 사이에서 난폭 운전 사건이 벌어지면서 내면의 어두운 분노를 자극하는 갈등이 촉발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AP/Invision for the Television Academy, © Television Academy, Getty for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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