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사막 한복판에 첨단산업 ‘K-파워’… ‘메이드 인 사우디’ 미래 만든다
리야드 ‘LG전자 에어컨 생산공장’ 가보니…
직원 중 95.8% 현지서 채용
로봇 공정 등으로 효율 극대화
에어컨부문 점유율 압도적 1위
2년내 수출國 17→30곳 목표
ICT·모빌리티 등 영역 확대
리야드=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지난 1월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진 ‘이스턴 링로드’ 길을 따라 차량으로 약 50㎞를 달리자 4만2147㎡ 규모를 자랑하는 LG전자 에어컨 생산공장이 우뚝 모습을 드러냈다. 리야드 남동쪽 끝자락 신산업구역에 위치한 공장 주변에는 끝도 없는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사막 한복판에 세워진 이곳은 석유 사업에 의존해온 사우디가 첨단 제조 강국인 한국과 손잡고 ‘메이드 인 사우디’ 시대의 꿈을 현실화해 나가는 거점 중 하나로 평가를 받는다. 사우디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미래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뿐 아니라 중동 지역 공략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기자가 LG전자의 주력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견본이 전시된 공장 1층 로비를 지나 사무 공간으로 들어서자 많은 직원이 바쁘게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다양한 국적으로 보이는 직원들은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하거나, 관리 담당 선임에게 계약 등과 관련한 보고를 했다.
제품 생산라인으로 들어서자 공정별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에어컨 조립을 이어갔다. 에어컨 컴프레서(냉매압축기)와 팬, 모터 등 핵심 구성품들이 조립됐고,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한 검사도 이뤄졌다. 완제품에 제품 정보 등을 담은 라벨을 부착하는 공정이 이어졌다. 특히 포장은 로봇을 이용해 자동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전체 직원 수는 이날 기준 240명이다. 주재원 등 10명의 한국인을 제외하면 230명이 현지에서 채용한 외국인들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우디 현지인은 56명이고, 나머지 외국인 직원들은 시리아, 요르단, 예멘, 인도, 필리핀, 나이지리아 등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은 연간 40만 대의 가정용 에어컨과 18만 대의 상업용 에어컨을 생산할 수 있다. LG전자는 생산능력을 올해 65만 대, 오는 2026년에는 100만 대로 늘릴 방침이다. 사우디 내수 판매뿐 아니라 인근 중동·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현재 17개국인 수출 대상국을 2026년에는 2배 수준인 30개국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LG전자는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사우디 시장을 개척한 경쟁력과 사우디의 미래도시 건설 붐을 발판 삼아 중동 지역에서 압도적 1위 위상을 굳힌다는 방침이다. LG전자에 따르면 2020∼2022년 사우디 에어컨 생산법인의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30%에 달했다. 특히 2022년과 지난해에는 2년 연속으로 사우디에서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부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지난해 6월 리야드 네옴시티 전시관을 찾은 자리에서 “LG전자가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력을 앞세워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가전·TV·정보기술(IT)은 물론 모빌리티, 로봇, 에어솔루션,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2006년 사우디 가전 유통기업 샤커와 생산·판매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맞춤형 ‘메이드 인 사우디’ 제품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는 한편, 사우디를 중동·아프리카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이 2020년 2조2120억 원에서 2021년 2조7747억 원, 2022년 3조3572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해 오고 있다. LG전자와 샤커는 최근 경제·문화적으로 한층 긴밀해진 한국·사우디 관계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칸 베이다스(44) LG전자·샤커 합작법인 최고재무관리자(CFO)는 “한국과 사우디는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한국 방문과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후 관계가 한층 긴밀해졌다”며 “한국과 중동은 끈끈한 가족관계나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업무방식에 있어 비슷한 점도 많으므로 유럽 등 서방국가보다 제휴관계를 맺기에 유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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