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방과 결혼했다더니… “올해 진짜 결혼할 연인 두고 하늘로 떠나…”

조율 기자 2024. 2. 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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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됐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죠. 우리 아들 참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갔습니다."

2일 오전 경북 문경시 문경장례식장에서 만난 고 김수광(27) 소방장의 아버지 김충희 씨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문경소방서 분향소를 찾은 이모(60) 씨는 "아들을 잃은 부모는 억장이 무너져 있을 것"이라며 "국민 모두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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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화재 ‘두 영웅’ 빈소 표정
朴소방교 지인 “연내 결혼계획
자부심·사명감 남달랐던 친구”
金소방장 父 “책임감 있는 아들
소방관 됐다며 웃던 모습 선해”
두 영웅 대한 추모발길 이어져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산업단지 내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 구조활동 도중 순직한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의 분향소가 문경소방서에 마련된 가운데 2일 오전 시민들이 두 사람을 추모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문경=노지운·구혁 기자

“소방관이 됐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죠. 우리 아들 참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갔습니다.”

2일 오전 경북 문경시 문경장례식장에서 만난 고 김수광(27) 소방장의 아버지 김충희 씨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전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 소방장을 ‘책임감 있고 유쾌한 아들’로 기억했다. 김 씨는 “초·중·고 학창 시절부터 어느 조직을 가든 중심이 돼 또래를 이끄는 아이였다”며 “대학에서 디자인과를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오더니 소방공무원이 되겠다고 했다”며 아들을 회상했다. 김 소방장은 2019년 임용된 뒤 지난해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 김 소방장의 매형 A 씨는 “수광이가 설 명절에도 당직이 있어 미리 1월 둘째 주에 가족이 다 같이 봤다”며 “그렇게 바쁘면서도 열심히 살던 친구였다. 27살, 너무 어리지 않나, 겨우 27살인데…”라며 말을 흐렸다.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직업을 사랑했던 고 박수훈(35) 소방교는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박 씨의 지인은 “올해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있었다”며 “소방 구조대에 들어간 것에 자부심이 매우 컸고, 사명감도 투철한 친구였다”고 전했다. 특전사 출신인 박 소방교는 3년 전 경력 채용돼 지난해부터 문경소방서에서 근무했다.

2일 오전 경북 문경소방서에서 화재 현장에서 동료를 잃은 소방관들이 교대 근무에 앞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지난달 31일 문경시 육가공식품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던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가 순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빈소에는 끝까지 임무를 다한 ‘두 청년 영웅’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김 소방장의 직장 상사라는 한 소방관은 “처음 입사하면 다들 주눅 들고 쭈뼛쭈뼛하는데 수광이는 첫날부터 쾌활하고 선배들한테도 잘했다”며 “불이 나 건물이 무너질 걸 알면서도 뛰어드는 게 우리 직업이다. 동생의 일은 너무 슬프지만, 소방관이 아니라면 누가 들어가겠나”고 말했다. 박 소방교와 군 복무를 같이했다는 B 씨는 “선배는 국가관이 투철했고, 항상 맡은 바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문경소방서와 두 사람의 고향인 구미·상주소방서 등에 설치된 분향소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경소방서 분향소를 찾은 이모(60) 씨는 “아들을 잃은 부모는 억장이 무너져 있을 것”이라며 “국민 모두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SNS에도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 소방장의 한 지인은 “내 졸업식 꽃다발은 본인이 책임지겠다던 수광아, 이번 주에 만나기로 한 걸 미루던 내가 후회된다. 꿈에 나와 가끔 술 한잔하자”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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